"기차가 서지도 않는데 어떻게 탄단 말이야! 그림의 떡이지."
이원동(60·영주 안정면) 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집앞에서 기차 타고 내리고 서울, 부산, 강원도 등 전국팔도를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기차를 타려면 15㎞나 떨어진 영주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중앙선(청량리-경주)과 경북선(영주-김천), 영동선(영주-강릉) 철도에 들어선 상당수의 역사들이 영업적자 등의 이유로 역무원이 전혀 없는 무인역으로 전락해 안전사고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13일 오후 신호장(열차 교행역)으로 변한 영주 안정역사는 역무원과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은 한 명도 없고 녹슨 철로 위로 찬바람과 흙먼지만 날려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렇게 경북 도내에서 안정역처럼 열차가 서지 않거나 역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무인역사는 15곳. △중앙선의 영주 안정, 안동 서지, 의성 업동·비봉, 영천 가편·북영천·송포·아화·모량, 경주 율동역 △영동선의 봉화 문단, 녹동역 △경북선의 예천 어등, 용궁, 상주 함창역 등이다.
하루 두 차례씩 출·퇴근용으로 무궁화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인 예천 용궁역과 어등역은 이용객들이 직원들의 안내도 받지 못하고 플랫폼을 가로질러 열차에 올라 차장에게 기차표를 사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많은 눈이 내려도 아무도 눈을 치우지 않아 농촌 노인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12일 오전 자녀를 마중 나왔던 김성해(57·예천 용궁면) 씨는 "농촌 열차이용 고객이 줄었다는 이유로 역무원 한 명도 없이 역을 운영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고객 편의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용궁역사 경우는 10여 평 남짓 공간이 텅 비어 있고, 벽면에는 열차시각 및 운임표, 그리고 달력 하나 달랑 걸려 있을 뿐 화장실조차 굳게 잠겨있는 등 승객 편의 시설은 없다.그러나 이러한 무인역은 승객감소에 따른 적자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 여객영업부 황병천 차장은 "중앙선, 영동선, 경북선 상당수 역의 경우 하루 이용고객이 2, 3명뿐이어서 경영상 문제가 발생한다"며 "앞으로 무인역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사진: 무인역인 경북선 예천 용궁역의 경우 승객들이 눈 쌓인 철길을 가로질러 열차를 타야 하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천 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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