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동남아 등으로 '실버 이민'을 떠나는 한국인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생활 여건은 좋으면서 비용이 싼 나라를 찾아 떠나는 행렬은 2, 3년 전부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정착한 한국인은 200여 가구 되며, 말레이시아 경우 이민 유입자가 최근 6개월 사이 두 배로 늘었다. 7, 8년 더 지나면 그런 나라에 '한국인 마을'이 별도로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퇴 후 노년을 해외에 나가 살고자 하는 바람은 일본에서 먼저 일었다. 지난달 초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주 일본인 모임 '재팬 클럽'의 회원은 이미 5천여 명에 달했다. 끼리끼리 모여 세를 형성한다니, 식민지가 하나 생긴 형상이다. 태국 장기 체류 비자 획득자 역시 2002년 69건에서 2004년 203건으로 증가했다.
◇'실버 이민' 한국인은 '평균 수준' 이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은 느낌이 온다. 반면 일본의 노년 이민자 중에는 그야말로 '생존형'이 많은 모양이다. 일본인 유치에 나섰던 동남아 국가들이 몰려드는 '생활보호 대상자' 때문에 되레 곤경에 처하기도 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서 일본인 이민은 '연금 이민'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국민연금이 월 13만 엔 정도에 불과해, 38만 엔가량의 생활비가 필요한 일본에서 못 살아 도피 간다는 것이다.
◇'실버 이민' 추세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뒤밟아 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많은 중년들이 '국민연금으로 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 그 징후이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까지의 급격한 도시화 이후 1990년대부터 '은퇴자'가 본격 배출되기 시작했으나, 그들을 위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날은 멀고도 멀어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 여러 제도들이 거론되고 있다. 집을 담보 잡힌 후 매월 연금형으로 돈을 받아 노후 생활을 유지케 하려는 '역모기지론' 제도, 자력 활동이 불가능해질 때 뒷바라지를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수발 보험' 같은 것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연금 재원마저 바닥날 것이라는 소식이 억장을 무너뜨린다. 동남아 대신 '농촌 이민'을 뒷바라지함으로써 실버도 살리고 농촌도 살릴 방안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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