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 없는 큰 울림...나무는 사람의 스승"

교단 떠나는 박상진 경북대 교수

"나무는 인간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30여 년 동안 연구를 한다고 했지만 아쉬움도 남네요."

경북대 임산공학과 박상진 교수가 28일 정든 학교를 떠났다. 그는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임업연구원, 전남대 교수를 거쳐 1987년부터 경북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박 교수는 한국목재공학회장을 지낸 목재조직학 분야의 권위자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목재조직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고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목재에 담긴 인간 문화와 역사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나무는 선조들의 삶을 지켜온 현장 목격자로 5천년 우리 민족 역사에는 언제나 나무가 빠지지 않았다"는 박 교수는 고고학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연구물을 많이 남겼다.

1991년 백제 무령왕릉 출토 나무관이 일본에서만 자라는 '금송(金松)'임을 밝혀내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는 무령왕이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기록을 증명하고 백제와 일본이 기록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밀접한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또 팔만대장경판 재질 연구에 매달리면서 그 재질이 산벚나무와 돌배나무였고 산지가 강화도가 아니라 해인사 근처였다는 것과 신라 고분에서 나온 '천마도'가 보존될 수 있었던 까닭을 규명했다.

박 교수는 "학교는 떠나지만 일반인들이 나무와 숲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글쓰기와 팔만대장경 관련 연구·저술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다시 보는 팔만대장경판 이야기', '궁궐의 우리 나무','목재조직과 식별' 등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다수 저술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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