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참을 줄 알아야 크게 이룬다

'인내(忍耐)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얘야, 너도 이제 중학생이 되더니 좋은 말을 써 붙였구나. 나도 너만할 때에 많이 읊조렸지. '인내'의 '참을 인(忍)'을 보니 떠오르는구나.

옛날 어느 마을에 오십이 넘도록 아기를 얻지 못한 부부가 있었단다. 이 부부는 농사일을 할 때에도 '이 농사가 잘 되고 우리에게도 아기가 생겨서 행복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하고 기도를 한 다음에 시작하였지. 그러한 정성이 헛되지 않아 이 부부에게도 마침내 아기가 생겼지.

이 아이는 부부가 쉰이 넘어 태어났다고 하여 '쉰동이'라고 불렸대. 그런데 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얼마나 못생겼는지 이웃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렸다는 구나. 그래도 부부는 아이에게 '참을 줄 알아야 한다'며 정성껏 길렀지. 쉰동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청년이 되었지. 그런데 이 부부는 나이가 들어 그만 차례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대.

"얘야,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모님을 여읜 쉰동이는 길을 떠났지.

"자, 좀더 넒은 세상으로 나가자.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큰 일이 있을 거야."

쉰동이는 서울로 가서 높은 벼슬을 하고 있는 김 대감을 찾아갔대. 김 대감집 하인 우두머리가 말했지.

"마침 가마꾼 자리가 하나 비었으니 가마를 메도록 하게. 그 얼굴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네."

"네, 좋습니다."

김 대감댁에는 딸이 셋 있었대. 맏딸은 나들이를 할 때마다 '양반은 신발에 흙을 묻혀서는 안된다'며 가마꾼을 엎드리게 하였대. 그리고는 허리를 밟고 가마에 타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쉰동이는 속으로 외쳤지.

'참아라, 참아라, 참아라.'

둘째 딸도 마찬가지였어. 늘 쉰동이의 허리를 밟곤 하였지. 그런데 셋째딸은 그렇지 않았어. 쉰동이의 허리도 밟지 않을뿐더러 쉰동이에게 '당신은 무슨 일이나 잘 참는군요. 참을 줄만 알면 얼굴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하며 칭찬까지 해 주었대.

이 무렵, 나라에서는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오네 안 오네 하고 어수선하였대. 김 대감이 책임자였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었지. 그 때, 셋째딸이 나서서 말했지.

"아버지, 우리 집 가마꾼 중에 쉰동이라는 청년이 있어요. 힘도 세지만 참을성이 많으니 오랑캐 나라에 보내어 전쟁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오게 하고, 그 다음에 준비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이리하여 쉰동이는 오랑캐 나라로 가서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돌아오게 되었대. 그런데 하필이면 돌아오는 날 그만 쉰동이는 오랑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지.

"너는 염탐꾼이지! 어디 맛 좀 봐라."

오랑캐가 불에 달군 인두를 쉰동이의 얼굴에 들이밀었지.

그런데도 쉰동이는 엉뚱하게도 '참아라, 참아라, 참아라!'만 외쳤지. 그러자 오랑캐는 '이 녀석, 이거 정신이 이상하구먼'하며 쉰동이를 놓아주었대.

돌아온 쉰동이는 오랑캐 나라에서 보고 온 것을 자세히 말하여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하였지. 그 공으로 쉰동이는 장군이 되었고, 마침내 김 대감의 셋째 사위까지 되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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