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첫 인상은 상당히 선명하다. 깊고 강한 한국의 문화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해외 방문객들에게 훨씬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 까닭에, 이 '낯선' 환경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도처의 생소한 광경들과 소리들에 무척 당황했다.
서울을 걸어 다니면서 재래시장과 고궁, 상점의 간판들 그리고 일상생활의 활기 등에 놀랐다. 특히 음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초로 먹어 본 비빔밥은 맛있었지만, 고추장 때문에 2주간이나 혀의 감각을 잃기도 했다.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다 똑같아 보였다. 그래서 몇 날, 몇 주, 몇 달을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으로 계속되는 문화충격 속에서 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게 되자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사찰·온천·바둑기원·목욕탕·한약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는 않으나 활기찬 경험들이 매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년이 흐른 지금의 필자는 순두부와 된장찌개 그리고 청국장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 사람들에게 왜 외국인들이 다 똑같아 보이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관심 있는 관광객에게 한국은 제공할 것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다.
유불사상 전통에 토대를 둔 문화적 심원성과 예로부터 전해온 근면 성실, 가족 가치 존중, 그리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인들의 직업윤리 등이 그렇다.
필자는 영국에 있을 때 바둑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가야할지 아니면 일본을 가야할지 한 친구에게 물었을 때, 이같은 정신적 깊이와 인간적 가치의 존중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일본은 당신을 항상 손님처럼 대할 것이고, 한국은 당신을 가족처럼 대할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계급 조직의 집단 문화와 관련한 문제점들이 있고, 외국인들이 오해하거나 모순점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서구 문화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아 비만과 소비풍조, 약물, 심지어 교육제도 등도 모두 수입품이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소중한 정신문화가 이윤만을 추구하는 비인격적 세계화에 사로잡히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필자는 상호 존중과 근면성에 기초한 고유한 한국 문화에 대한 첫 인상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앤드류 핀치(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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