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훼손된 앞산 "살릴 방법이 있기나 할까"

서울 남산 벤치마킹 필요하다

등산객의 발길에 짓밟히고 망가지는 앞산. 과연 훼손된 앞산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할까.

"예전 서울 도심의 남산은 앞산보다 훨씬 심하게 훼손됐지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밟고 다닌데다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섰기 때문이죠. 90년대부터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계속해 현재 생태계 복원에 거의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산림생태연구소 조현제 박사는 "앞산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서울 남산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생태계 회복에 성공한 남산

한때 남산은 '죽은 산'으로 불렸다. 울창한 수림으로 서울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해왔지만 발길에 짓밟히고 각종 기념관, 호텔 등이 들어서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졌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남산 계곡에서 가재가 발견됐다고 해 난리(?)가 났다. 가재는 1급수에 사는 지표종이다. 그간 서울시가 곳곳에 웅덩이를 파고 생물 서식공간을 만드는 등 꾸준하게 정성을 쏟아온 결과다.

조현제 박사는 "지난 2004년에는 도롱뇽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면서 도룡농을 지키는 시민단체도 생겼다"면서 "각계의 노력으로 남산 생태계가 점차 회복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개구리와 도롱뇽이 발견된 약수터를 폐쇄하고 남산타워까지의 택시, 승용차 통행을 금지하는 등 남산 복원에 전력을 쏟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대구의 앞산 살리기 운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구경실련이 2004년 '앞산의 환경, 문화와 보전방안' 토론회를 연데 이어 지난해 5월 등산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이 전부다. 앞산 보호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아직까지 시민 의식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올해 환경운동으로는 '앞산문화운동'을 맹렬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앞산에 휴식년제가 실시될 경우 시민들의 불편과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어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 처장은 "대구시는 등반객이 훼손하는 것을 더이상 행정 탓, 인력 탓, 예산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며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앞산 보호에 앞장서야 할 대구시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큰 문제다.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는 "몇년후면 대구시가 앞산 생태계 복원에 큰 돈을 들일 것이 뻔한데도 지금은 꿈쩍도 않고 있다"면서 "당장 앞산살리기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앞산관통터널 공사문제로 시민들 사이에 앞산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소 고무적이다.

■이런 대책이 필요하다.

앞산 보호의 핵심은 '등산로를 막고, 숲을 잇고, 물을 돌려주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훼손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다. 앞산의 생태지도를 바탕으로 동·식물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연도별 안식년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종흠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대구의 앞산'저자)=안식년제를 세분화해 훼손정도가 큰 곳은 입산을 완전히 금지하고 큰 등산로만 허용해야 한다. 산불 방지를 위해서는 대구시나 소방당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원봉사 형태의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5년, 10년, 영구 휴식년제를 실시해 야생동식물해방구역을 만들고 야생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야생지역, 완충지역, 이용지역으로 구분해 등산로를 조성할 필요도 있다.

▲이정웅 달구벌얼찾기모임 대표(전 대구시 녹지과장)=일본 고베시의 육갑산(六甲山)은 100년 전만해도 헐벗은 산이었지만 시민들이 합심해 울창한 숲으로 만든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점차 물이 말라버리는 앞산 골짜기마다 작은 사방댐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진오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도심 자연공원은 중장기계획을 세워 숲가꾸기를 계속해야 그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 앞산의 경우 숲을 망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1년간 앞산을 면밀히 조사해 치밀하게 보존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진: 앞산은 생태계의 보고다. 구름이 머물다간 자리에 산다는 가침박달나무 100여그루가 앞산 정상에 있으며 오색딱따구리가 나무줄기를 쪼아 먹이를 찾는 모습도 가끔 발견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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