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민수 PD가 만드는 '투박한' 드라마

'푸른 안개' '고독' '풀하우스' 등의 드라마로 감각적인 감정 묘사와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였던 표민수 PD. 그가 웬일인지 "투박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나섰다.

13일부터 방송되는 김래원·정려원 주연의 MBC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가 그 작품이다.

'투박함'의 추구에 대해 표 PD는 "'풀하우스' 때부터 연출이 전면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예전에는 세련됐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투박하다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배우가 양각으로 튀어나오고, 연출은 그냥 배어나오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는 앞에서 연출이 끌고가는 법을 알았다면 이제는 연출을 숨기는 법을 찾고 있는 거죠."

세련된 기교 없이 단순하고 친근한 연출로 배우들의 연기를 살리겠다는 설명. 그런데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드라마들이 호평받고 있는 요즘 표 PD는 왜 거꾸로 가려 하는 것일까.

"좋은 내용이 담겨 있다며 성경책을 시청자들에게 던져주는 식이 아니라 배우의 힘을 통해 그 안의 내용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거죠."

드라마를 통해 화두를 직접적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편안한 상태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인 강원도 오지 산골의 소녀 복실은 서울 강남의 엄청난 부잣집 딸로 밝혀진다. 여기서 '그런데 과연 그가 좋기만 할까. 정말 행복할까'라는 물음이 던져진다.

이와 함께 연인을 잃고 방황하던 남자주인공 승희(김래원)가 산골 처녀 복실(정려원)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도 그려진다.

표 PD는 "복실이 서울 집으로 간 이후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그리고 승희는 연인을 잃은 뒤 어떻게 치유해가는지를 통해 따뜻함과 눈물, 웃음을 같이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박함'은 오히려 더 어려운 연출일 수도 있고,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표 PD는 이에 대해 "김래원 씨는 정극과 코미디가 가능해 캐스팅했고, 정려원 씨는 사람들이 모르는 밝은 부분이 있어 함께 하게 됐다"면서 "배우들 모두 실제 성격 그대로도 굴절시키지 않고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드라마는 KBS 출신 표 PD의 첫 MBC 드라마 연출이기도 하다. 김래원은 정극과 코미디를 동시에 해내야 하며, 정려원은 '가을소나기'의 부진 이후 이 작품에서 1인2역을 연기하며 명예 회복을 노린다.

극본은 '비밀' '현정아 사랑해' 등의 정유경 작가가 맡았다. 김래원과 정려원 외에 강정화와 박시후 등이 출연한다.

표 PD가 "작품성을 추구한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청률을 위한 드라마도 아니다"라며 "아마 반반쯤 섞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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