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타고난 요리솜씨가 있어서가 아니다. 학원에서 조리법을 배우기도 하고 맛 집에서 본 맛을 혀 끝에 기억해두기도 한다. 아빠들이 조리대 앞에 선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사랑받는 남편과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창업이 목적이기도 하다. 아무튼 어떠랴. 이번 주말,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비장의 솜씨를 발휘해보는 100점짜리 아빠가 돼 보는 건 어떨까.
◆ 우리 아빠는 맛의 달인
"가정에서는 거창한 요리보다 쉽게 자주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좋죠".
대구 동아백화점 여성의류팀에 근무하는 김기백(33·대구시 북구 동변동) 씨는 동료들사이에서 '짭잘이'로 통한다. 김씨가 추천하는 음식점은 열이면 열 만족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 맛에 대해 까다롭다 보니 맛 평가에 냉정하다는 것이다.
간부식당 조리병으로 군 복무한 김씨는 요리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대대장 특박까지 다녀온 사람이다. 그 역시 처음부터 요리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94년부터 2년 동안 군에서 조리병으로 근무했습니다. 담당 원사가 조리법에 대해 요것 조것 가르쳐 주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곱창전골, 부대찌게도 그가 군대에서 배운 요리다.
그러나 그가 정작 맛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것은 가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지난 7일 찾아간 김씨 집에서 그는 가족들을 위한 요리 준비로 바빴다. 굴밥과 떡볶이, 명태순살가스가 이 날의 메뉴. 굴밥은 잘 씻은 굴을 위에 얹어 밥을 해낸다. 조리법을 묻자 주의사항까지 줄줄 꿴다. 김씨는 적당한 물 조절과 굴 향을 제대로 살리는 간장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물이 너무 많으면 진 밥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몇년 전 친구 집들이에 갔다가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 장모에게서 이 요리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주말 동안 가족을 위해 두 끼 이상은 상을 차려낸다. 어린 아들과 아내도 대 만족. "비법요?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해 놨다가 최대한 가깝게 살리는 거죠".
◆ 우리 아빠는 미래의 주방장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ㅅ요리학원. 흰색 조리사 옷을 입고 경단을 만드는 김원현(38·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온 신경을 손가락 끝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쉬운 요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다. 단호박 경단. 호박을 메추리알 크기만큼 작은 반죽으로 떼 낸 뒤 삶은 계란 노른자와 흰자 가루에 굴려 먹기 좋게 내놓는 요리다. 노란색, 흰색, 검은 색의 알 반죽이 제법 먹음직스럽다.
여덟 살, 아홉 살 두 딸을 둔 가장인 김씨는 4개월 전부터 식당 창업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있다.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올 해 초 한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실기에서 낙방했다. 이번 달 다시 한식조리사 시험에 도전한다.
창업을 목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김씨이지만 평소에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낀다.
"학원에서 요리를 배우고 집에서 해주면 가족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직접 만들어 준 감자샐러드와 치킨 볶음 요리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지요."
김씨는 오전 11시 집을 나와서 오후 4시까지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복어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자격증을 따고 맨 먼저 가족을 위해 복어요리를 내놓을 생각을 하면 행복합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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