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즌이 돌아오면서 아줌마 응원광(狂)들은 벌써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 팀이 승승장구하며 미국까지 대파한 가운데 이들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구에선 아줌마 야구 응원광 중 유독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오선화(53·대구시 중구 남산동) 씨와 김순득(37·대구시 북구 노원동) 씨.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두 주부. 나이차는 16년이지만 '야구사랑, 삼성사랑'의 마음만은 똑같다. 7일 오전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구장인 경산 볼파크에서 이들 야구 응원광 듀오를 만났다.
개막을 앞두고 연습 중인 삼성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두 주부는 "올 시즌도 삼성이 대구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줄 것"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아프지 말고 지난해처럼 잘 뛰어주기를 바란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수들 역시 연습장까지 찾아온 두 응원광 주부들이 싫지 않은 듯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20여 년째 야구팬인 오씨는 남성 못지 않은 목청과 강철같은 체력으로 야구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그는 "경기 때마다 응원을 다니다 보니 이젠 선수들 가족들이 누구인지 다 알 정도"라며 "선수들의 컨디션도 파악하고 경기결과도 예측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50대 주부인 오씨는 태권도 3단, 요리사 자격증, 노래교실 강사, 등산애호가, 복지관 봉사활동 등 20대 못지 않은 체력의 소유자.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강철같은 체력이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반면 집안에선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김순득 씨는 야구장에만 오면 180도 돌변한다. 조신히 앉아있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이러고 보니 '혹시 술을 먹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김씨는 지난 2002년 삼성 라이온즈의 짜릿한 우승 당시 이승엽, 마해영 선수의 연이은 홈런포를 예감한 이후 야구 열혈 응원광이 돼버렸다. 집안 살림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들의 저녁식사까지 다 챙겨놓고 야간 야구경기를 보러 나선다.
그는 "야구에 푹 빠지기 시작한 뒤 남편과 공통관심사가 생기면서 부부금슬도 더 좋아졌고 야구장에만 가면 쌓였던 피로가 싹 달아난다"며 웃었다. 이제 김씨는 혼자서 광주까지 응원을 갈 정도로 야구 없인 살 수 없는 열혈팬이 됐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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