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꽃...해맑은 대구의 봄마중

바야흐로 봄이 시작됐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기 하지만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봄꽃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화사한 봄을 만들기 위해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을 바라보노라면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꽃 이름 외우며 봄꽃 향기에 젖다보면 멀리 남도를 향한 봄맞이 여행이 부럽지 않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에게선 활력이 느껴진다. 봄이 오는 길목, 문득 누군가가 기다려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사람을 맞으러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봄 마중을 나가봤다.

# 대구수목원

언뜻 보면 황량하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크게 뜨고 보면 수목원 곳곳에 고개를 내밀고 고혹적인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봄꽃을 볼 수 있다.

양지바른 야생초화원. 지푸라기를 뚫고 복수초가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복수초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얼음이 얼고 있는 추운 날씨에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꽃이다. 아직 자주색 꽃받침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줍은 산골 새색시 같다. 오전에 피었다가 오후면 오므라들기 시작한다.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에도 겨울 눈 껍질을 벗고 꽃을 피웠다. 꼭 산수유 꽃을 닮았다. 약용식물원의 비술나무에도 꽃이 핀 지 오래다. 꽃이 꼭 애벌레 같이 생겼다. 봄꽃답지 않게 갈색이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벌이 날아드는 것을 보니 꽃임이 확인된다. 이름도 생소한 길마가지나무에도 꽃망울이 맺혔다.

화목원에 붉은 꽃망울이 맺힌 꽃 하나가 눈에 띈다. '명자꽃'이다. 홍매화처럼 생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가씨 꽃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꽃이 너무 화사해 '부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난다'고 하여 집안에 심지 못하게 했다는 말이 전해지는 꽃이다.

습지원 버들강아지에도 봄이 느껴진다. 가지에 꽃이 폈다. 수양버들 가지에도 봄이 스며있다. 멀리서보면 늘어진 가지에 푸르름이 감돌고 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암석원엔 이름조차 귀여운 야생화 노루귀가 봄 햇살 아래 졸고 있다. 봄이 지척에 왔음을 알리는 꽃이다. 잎이 말려나오는 모습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그 옆에 할미꽃이 빙그레 웃고 있다.

수목원 이영수 자연해설사는 "봄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삽시간에 피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번 주말이면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우방랜드

우방랜드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자연생태공원.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등 다양한 나비들이 곤충생태관 속을 날아다닌다. 희귀조류관은 시끄럽다. 새들이 서로 노래하겠다고 야단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사람소리 흉내를 내는 앵무새가 단연 인기다. 기분이 좋으면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을 연발한다.

미니동물원의 동물들은 활기에 넘쳐있다. 공작을 비롯해 칠면조, 타조, 삽살개, 당나귀, 진돗개, 양, 토끼가 울타리가 좁다는 듯 이리저리 오간다. 양은 새끼를 낳았다. 아직 탯줄을 달려 있는 것으로 봐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방랜드에서는 18일부터 '레츠 브라보 페스티벌'을 연다. 튤립 100만 송이와 수선화를 랜드 곳곳에 심었다.

# 달성공원

달성공원에도 봄이 왔다. 추위 때문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침팬지와 원숭이, 코끼리, 사자, 호랑이, 얼룩말 등 열대지역 동물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왔다. 가장 활기를 띠는 동물은 조류. 수컷이 암컷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광경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요즘이 번식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코끼리. 구경꾼을 향해 코를 실룩거린다. 먹이를 달라는 동작이다. 원숭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은 원숭이 재롱에 눈을 뗄 줄 모른다.

사자와 호랑이는 따스한 봄볕에 축 늘어졌다. 수사자는 나뒹굴어져 자는 암사자를 멀건이 지켜볼 뿐, 눈만 끔뻑인다. 땅굴에서 생활하는 오소리도 봄기운이 통했는지 우리 속을 연신 빙빙 돌아다닌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달성공원을 찾은 관람객들도 많아졌다. 동물 우리마다, 벤치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옷차림도 달라졌다. 보다 얇아졌고, 화려해졌다. 얼굴도 환해졌다. 한층 여유 있는 표정이다. 엉거주춤 걸음으로 비둘기를 쫓는 꼬맹이들의 얼굴도 해맑다.

# 나비생태학습관

동구 봉무동 나비생태학습원은 나비 세상이다. 여기도, 저기도 나비들로 가득하다. 학습관에는 나비의 기원, 나비의 일생 등 국.내외 나비표본과 모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또 5개의 디오라마(diorama)에서는 주제에 따라서 생태계를 재현하여 서식지별로 살아가는 나비의 생활을 보여준다.

생태원에서는 살아있는 나비를 접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각종 나비와 곤충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나비를 비롯해 물속의 폭군 물방개와 개구리, 게아재비, 나뭇잎 모양의 장구애비, 그리고 사슴벌레 등 곤충들도 있다. 오전에 가야 나비의 움직임을 잘 관찰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화훼단지

동구 불로동의 한 화훼단지. 꽃세상이다. 꽃향기가 진동한다. 색깔도 곱다. 봄꽃은 앙증맞은 아기천사의 모습을 닮았다.

연분홍 드레스를 휘감은 귀부인 모습을 한 아젤리아가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또 국화를 닮은 듯한 진분홍색 시네라리아, 노란꽃을 터뜨린 수선화도 봄이 왔음을 알린다. 그 곁에 수선화를 비롯해 아이리스, 프리지어, 팬지, 패튜니아, 데이지도 활짝 피었다. 할미꽃과 아기별꽃, 금낭화, 매발톱 등 야생화도 시선을 끈다.

봄을 맞아 화분이나 화초 모종으로 봄맞이 집 단장을 하려는 주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1만원이면 초화류 3, 4포기를 살 수 있다.

친구와 왔다는 김정화(45.여.북구 산격동)씨는 "봄꽃 몇 포기면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화훼단지는 불로동외에도 동구 미대동과 북구 연경동, 수성구 담티고개 등에 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