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년안에 완전 정복"…영덕 외국인주부 '한글교실' 열기

"아버님, 어머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27일 영덕군 종합자원봉사센터.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가 울려퍼졌다. 이 날은 지난 21일 외국인 주부 한국적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센터 내에 문을 연 '훈민정음 한글교실'의 첫 수업일. 필리핀,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영덕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 20여 명이 아이들 손을 잡고 한글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교재 내용은 초등학교 수준으로 읽기와 쓰기, 위주지만 외국인 주부들은 진땀을 흘렸다. 체류기간이 긴 주부는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반면 갓 시집온 주부들은 '왕초보'다.

그래서 시부모 등 어르신들과의 의사소통 및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의 회화를 가르친다. 이해를 잘 못하거나 어려운 문장은 책상마다 2명씩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 추가설명을 해준다. 자원봉사자들은 학습도우미는 물론 아기를 동반한 주부를 대신해 보모 역할까지 해줘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덕에 온 지 4년째인 중국인 주부 추이지엔화(41·영덕 창수면) 씨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되지만 이웃주민, 다른 외국인 주부들과 친해지고 싶어 한글교실에 오게 됐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이 3살난 아들도 돌봐줘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한글교실은 오는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2시간씩 강의를 하며 이 기간 내 문화·역사교실과 취미·교양교실을 통해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필리핀 주부 루시타(42·영덕 강구면)씨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맞춤법 등을 정확히 배우고 싶어 한글교실에 나오게 됐다"면서 "1년 동안 한글을 완전정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사 백지숙(29·여)씨는 "외국인 주부들의 학습열기가 대단하다"며 "한글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한국에 적응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덕·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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