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12)'짝퉁' 시장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지만 '세계 최대의 가짜 상품 생산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도 함께 얻었다. 술과 담배는 물론 휴대전화, MP3 등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는 진짜 같은 가짜가 범람한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해적판' 영화와 음악 DVD, CD 등이 정품을 몰아낸 지는 오래다. 한마디로 '짝퉁'이 활개치는 천국이다. 인민폐 10위안(1위안=130원 안팎)으로 어디서든 최신 영화 DVD를 살 수 있다면 10배 이상 주고 정품을 사는 바보는 없다. 심지어 공항이나 백화점에서도 짝퉁제품을 버젓이 팔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일 상하이에서 폐막한 '세계지적재산권(지재권)보호포럼'에서는 지재권 침해와 관련된 국제적 수사정보를 교환하고 국가를 넘나드는 지재권 관련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에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하이선언'이 채택됐다. 중국 주도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등의 지재권 관련 기관이 참석했다.

상하이선언은 곧 있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지재권 침해문제에 소홀하다는 미국의 지적을 무마하기 위해 열린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상하이선언 직후 중국정부가 언론을 통해 지재권 침해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언, 중국이 과연 '짝퉁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공안당국은 지재권사범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확한 적발'을 위해 올 들어 관련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중국 공안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2000~2005년 적발된 중국 내 지재권 관련 범죄는 6천700여 건, 9천300여 명으로 시가총액은 35억 위안에 이른다. 지적재산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이 이미 중국 형법에도 마련돼 있다. 복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경우 최고 3~7년형의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강력한 단속의지 때문인지 베이징 시내에서는 며칠 전부터 '내부수리 중'이라는 팻말을 내걸고 잠시 동안 문을 닫는 DVD 판매점이 늘었다. 해적판 DVD에 대한 단속정보를 미리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품브랜드 할인점인 베이징의 '왕징(望京)1호점'에서도 공상국(工商局) 직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가짜 명품을 단속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세계 명품업체들이 중국의 가짜 상품 판매의 중심지로 지목된 '시우슈이(秀水)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5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지난 29일 지린성고급법원은 장춘(長春)시의 공상국 경제위법감찰국장이던 잔원보(展文波)를 무기징역에 처한 원심을 확정했다. 가짜상품 단속 등을 전담하던 그는 직위를 이용, 수뢰하는 등 재산을 모은 혐의였다. 중국에서 가짜 상품이 범람하는 것은 이 같은 관련 공무원들의 부패도 한몫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가짜 분유로 어린아이들이 희생당하고 가짜 달걀까지 만들어내는 중국.

가짜 지폐 때문에 돈을 주고받을 때마다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한 중국에서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구분 자체가 모호할 때가 적지 않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