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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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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천지다. 언제나 그렇듯 고것들은 잎보다 꽃들이 먼저 세상을 본다. 어느날 화들짝 피어나서는 "놀랬지롱~"하는양 방실거리는게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다. 눈길 닿는 곳 마다 분홍구름 일고, 샛노랑 불이 붙었다. 사람 가슴을 태우는 꽃불! 봄은 한바탕 서프라이징 파티(surprising party) 같다.

4월은 진달래가 있어 더 즐겁다. 연약해 보이는 가지마다 어찌 그리도 허드러지게 피는지. 이 땅 어디서나 지천으로 피는 꽃! 미당은 국화를 두고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고 읊었지만 진달래를 봐도 그 비슷한 느낌이 든다. 누나 뿐 아니라 이모·고모 같기도 하고 이웃집 순이·달님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진달래야 말로 무궁화와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국민 꽃' 아닐는지.

조선초의 문신이자 시·그림·글씨에 뛰어나 삼절(三節)로도 불렸던 강희안(姜希顔)이 꽃과 나무 기르는 이치를 쓴 책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진달래가 화목 구품계 중 정오품에 올려져 있다. 메마른 땅이나 바위틈에도 뿌리 내리고, 북향일수록 꽃빛깔이 더욱 선연한 자태에서 임 향한 일편단심을 보았음인가.

옛날엔 삼월 삼짇날 즈음 아녀자들은 햇살바른 곳에서 찹쌀반죽을 기름에 지져 진달래 꽃잎으로 멋 부린 화전(花煎)을 부치거나 오미자 물에 녹두가루 반죽 익힌 걸 넣고 잣과 진달래꽃을 띄운 화면(花麵)을 먹으며 한 나절 즐겼다고 한다.

진달래는 서러운 꽃이기도 했다. 긴 긴 봄날,입술이 보랏빛이 되도록 따먹어도 고픈 배를 채워주지 못했던 꽃,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꽃이었다. 그것은 또한 님·그리움·이별 등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소월의 '진달래'도,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라는 가곡 '바위고개'의 진달래도 그러하다.

미국서 사는 어떤 이는 진달래가 하도 그리워서 한 번은 귀국했다 돌아갈 때 한 포기를 가져갔다. 잎도 무성하고 키도 쑥쑥 잘 자라는데 이상하게도 꽃은 피우지 않더라고 했다. 한국 진달래도 바다 건너 먼 고향이 그리운걸까. 이 봄도 어김없이 만산홍(滿山紅)을 이루는 진달래를 보니 어쩐지 더 애틋해진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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