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농가 소득

농촌과 농업의 붕괴가 심각해진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농업 비중은 이제 국내총생산의 4%, 취업 인구의 8%에 지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시'군 지역에선 여전히 기초 산업의 중심이 농업이며, 이가 흔들리면 지역 경제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농업의 붕괴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농촌 사회의 붕괴는 물론 농업이 지니는 다원적 기능을 잃게 되고,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까지 돌아가게 돼 있다.

○…이제 수입쌀의 일부가 시판되고, 수입되는 물량이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쌀값이 떨어지고, 쌀시장은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내맡겨지게 될 판이다. 품질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 때문에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이야 망하든 말든, 농민이야 죽든 말든 막무가내인데 도대체 어디서 희망을 찾으란 말이냐'는 항변까지 나오지 않는가.

○…지난해 40대와 50대의 농가 소득이 4천만 원을 넘어서 비슷한 연령대의 도시 가구 소득을 100만~200만 원 이상 앞질렀다고 한다. 통계청의 분석에 따르면, 농가의 평균 소득은 3천50만 원으로 도시가구의 87.1% 수준이었다. 그러나 50대의 농가 소득은 도시 가구보다 279만 원, 40대는 177만 원이 많았다. 특히 50대의 경우 2003년까지는 95.2%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 해마다 100.4%, 107.4%로 격차가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 현상은 40'50대 농가들이 시설 재배'특용 작물 재배 등으로 소득 기반이 넓어지는 반면 도시에선 조기 퇴직'자영업 부진 등에 따른 소득 약화가 이어지는 탓이다. 하지만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로 40'50대 농가 수는 전체(124만 가구)의 37.8%에 지나지 않고, 60세 이상 농가가 6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농가 소득이 도시 가구의 소득을 추월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나 도시가 상대적으로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면 과연 반기기만 할 일일까. 우리 경제의 성장 그늘엔 농업과 농촌, 농민의 희생이 있었다. 국익론을 앞세워 이들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그렇다면 농촌을 살리면서 도시 사람들이 곤두박질하는 문제도 함께 풀어 갈 수는 없는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잘 사는 길은 없는 걸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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