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지난 해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잠재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미래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대내외 여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향후 지속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외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면 WTO 출범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업활동의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기업간 글로벌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또 중국, 인도 등 저임금 신흥시장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천연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친환경기술이 국제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여건도 크게 변하여 고용 없는 성장, 고령화 등이 우리 경제의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이 같은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과거 개발시대의 양적 투입위주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는 기업,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역할과 경제를 보는 인식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활동의 중심에 서있는 기업이 혁신역량을 발휘하여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기본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다만 과거처럼 이윤만 쫓고 주주만을 중시하는 성장패턴만으로는 지속적 발전이 어렵게 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 되고 있는 기업은 이윤창출에 노력하면서 고객, 직원, 관계 기업의 생존에 더욱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적정이윤을 추구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포춘지가 선정한 '2006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상위 50개사의 평균 연령이 94세의 장수기업이라는 사실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경이 기업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잘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경영활동 실패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동적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선진국 기업들과 같이 사회공헌활동을 시혜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투자 차원에서 장기적인 이윤창출과 연계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더욱이 대기업은 기술력이나 경영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등 상생의 동반자적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안정성과 단기 수익성에 치중하여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한 공공성 및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은행의 지역사회 공헌을 유도하기 위해 1977년 '지역사회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제정·시행함으로써 감독대상이 되는 모든 금융회사에게 지역의 소외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여신수요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장기적 시각에서 관계형 대출과 사회적 책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윤리경영을 하는 업체 등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건실한 경제성장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기업의 창의력이 구현되고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들의 장기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기업투자 유치와 거주환경 개선, 환경친화적 산업구조 구축 등을 촉진하는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후규제보다는 사전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환경친화적 제품을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그러한 기술이 확산될 수 있도록 환경선도기업들에게 확실한 시장인센티브를 주는 간접지원체제도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 주력산업의 부진 등 잠재성장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지역혁신체제의 구축과 함께 지역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주요 가치로 하는 이익창출에 노력하는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어느 곳보다 절실하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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