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루가 멀다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온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이 결국 곪아터지고 말았다.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5선 중진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재선의박성범(朴成範) 의원이 서울 서초구청장 및 중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제보가 포착돼 급기야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
한마디로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대형악재'가 터진 셈이다. 그간 잇따라 터져나오던 공천비리 잡음을 틀어막지 못한 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로 발전한 양상이다.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면서 오세훈(吳世勳) 전 의원의 급부상으로 분위기가 호전돼 가던 서울시장 선거전은 물론, 지방선거 전체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차떼기 정당'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천막당사 2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정신무장을 하고, 절제와 겸허함을 다지기 위해 가나안농군학교 입소까지 했던 외견상의 '처절한' 몸부림이 결국 수포로 돌아갈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두 의원의 공천비리 의혹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선거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을 동원하고 나섰지만, 과연 이런 '응급처방' 이 파문확산을 막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스스로 비리의혹을 공개하고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비리는일부일 뿐, 당의 도덕성은 살아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자는게 당의 계산이지만, 사건내용과 연루 의원의 무게를 감안할 때 파문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당이 중진에게 메스를 댈 정도로 원칙대로 처리했다. 길게 보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란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의 언급이 '희망사항'으로 받아들여지는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나라당에서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에개입해 특정인을 밀었다는 내정설이 계속 나돌았고 공천 불복과 탈당, 후보간 흑색선전과 투서가 난무했다.
한나라당은 12일 김덕룡(金德龍) 박성범(朴成範) 의원의 대형 공천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서울 구청장 공천 희망자들이 공천을 받기위해 이들 중진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 자체가 5.31지방선거에서 악영향을 끼칠 메가톤급 악재라며 위기감을토로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허태열(許泰烈) 사무총장은 이번 공천비리 의혹과 관련, "당혹스럽기 짝이 없고 밥맛도 없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우리 당에 잠재돼 있던 게 터져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다만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즉각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장파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정말 충격"이라며 "어쨌든 당에 최대의 위기가 왔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이대로 가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허탈해 했다.
그러나 일단 당 지도부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부각시키며 파장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그것만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고 5.31지방선거에서필승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허태열 총장은 "이번 결정은 읍참마속의 큰 방향에 어떤 사람도 예외가 안 된다는 당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고, 정병국(鄭柄國) 홍보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이 그 동안 지녀온 오명을 팔, 다리를 잘라서라도 없애겠다는 의지를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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