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을 찾아서.끝]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 최영길씨 댁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 자락의 용연사로 향하는 길. 아스팔트 도로 길섶으로 '봄의 전령' 벚꽃이 몽실몽실 반긴다. 해맑은 햇살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 벚꽃들의 잔치에 잠시 취할 지경이다.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 최영길(49) 씨의 집은 누구든 여유를 부릴 만한 그런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동네 어귀에서 꼬불꼬불 시멘트 길을 오르자 차창 사이로 거름냄새가 심하게 밀려왔다. 얼핏 악취에 가까웠지만 그리 싫지 않다. 차창을 더욱 열어젖히자 그 냄새에 차츰 익숙해져 갔다.

1㎞가량의 오르막길을 오르자 최 씨의 집이 나타난다. 널찍한 정원 한쪽엔 크레인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 정원을 여기저기 정리하고 있어요. 몇 개월 뒤에 오셨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최 씨의 표정엔 아쉬움이 살짝 묻어난다. 지난 2월 말 집을 갓 완공해 아직 완전하게 꾸미지를 못한 터였기 때문. 이왕 자랑할 거면 좀 더 완벽하게 갖추고 난 뒤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최 씨는 직장을 다니던 30대 초반부터 전원생활을 꿈꾸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원예에 관심이 많았어요. 노후 대책으로 시골에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 같은 전원생활을 한 번쯤은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을까. 하지만 최 씨는 50을 넘기기도 전에 그런 바람을 실현했다.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 최 씨는 "지난달 처음으로 이곳에 묵었을 때는 마음이 설레 잠을 못 이뤘다."며 웃었다. 최 씨는 그런 행복을 지인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이곳을 짓기 전부터 친척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거래처 사람들에게 공개할 생각이었어요. 그들에게 베푼다는 심정에서요. 주변 사람들이 찾아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최 씨의 집은 흔히 볼 수 있는 싱글 기와로 덮인 2층 벽돌집이다. 1층은 최 씨가 업무를 보는 사무실로 쓰인다. 1층 현관 옆에는 별도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검은 대리석을 조각내 만든 바닥이 눈길을 끈다. 2층 실내는 보통 아파트 내부와 그리 다를 게 없다. 방 한쪽에 붙은 데크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 포인트. 저 멀리 용연사 못과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기막힌 풍경을 연출한다.

주위의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인지 최 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2개월도 안 돼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혈압이 예전엔 140이었는데 지금은 130으로 떨어졌어요. 콜레스테롤 수치도 많이 낮아졌죠. 이곳에서 일하다 대구 상인동 아파트로 귀가하면 답답해요." 실컷 이야기를 늘어놓던 최 씨는 "부부 관계도 훨씬 로맨틱해졌다."라며 귓속말로 속삭이기도 했다.

최 씨 별장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도심에선 엄두를 내지 못할 넓은 정원이다. 최 씨 또한 이 집을 지을 때 주택 형태보다는 주변 경관이나 정원의 구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정원은 크게 과수원과 농장, 연못, 2개의 별채로 나뉜다. 그러고도 공간이 남을 만큼 최 씨 집의 정원은 넉넉했다. 집 앞에 만들어진 800평의 과수원에는 벚꽃과 감나무, 호두나무, 대추나무 등 갖가지 나무가 심어져 있다. 최 씨는 "앞으로 다양한 약초 나무를 심고 잔디도 깔 예정"이라고 했다. 2개의 별채는 조립식 컨테이너로 만들었다. 주로 손님이 찾아오면 잠자리로 활용하거나 창고로 이용한다.

"3명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면 아예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거예요. 한 10년 이후가 되겠죠." 최 씨는 벌써 그 모습이 그려지는지 입가에 흐뭇함이 떠나질 않았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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