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공개 정보이용' 외국계 펀드·LG임원 기소

LG그룹 사주의 사위와 LG카드의 사외이사였던 외국계 펀드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악용해 보유주식을 무더기로 매도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판 주식을 매입한 소액투자자(개미)들은 미공개 정보가 알려진 뒤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17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LG카드 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LG그룹 상무 이모씨와 외국계 펀드 에이콘·피칸 임원 황모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벌 회사와 해외 펀드 관계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처분으로 손실을 최소화해 상대적 이득을 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과 에이콘·피칸 법인도 행위자 뿐만아니라 수혜자도 처벌토록 한 '양벌규정'에 따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최병민 회장과 에이콘·피칸 법인에게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추정된 112억원과 263억원 전액의 벌금을 구형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대주주 등이 경영 관련 중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거래를 통해 손실을 회피함으로써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한 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이번 수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LG카드 주요 주주의 '대리인'인 이씨는 2003년 4월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도 수천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같은 해 9월 23일부터 10월 29일 사이에 최병민 회장 소유의 LG카드 주식 180만주를 주당 평균 1만7천500원에 팔아 112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LG카드 사외이사를 겸직했던 황씨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 같은해 10월 16일부터 29일까지 에이콘·피칸 소유의 LG카드 주식 576만주를 주당 평균 1만6천원에 매도해 263억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황씨는 에이콘·피칸 소유 LG카드 주식이 대부분 매도됐던 10월 24일께 LG카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미국계 대형 사모투자펀드인 워버그 핀커스 펀드가 LG카드 투자를 위해 다른 5개 해외펀드들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별도로 설립했던 독립법인 에이콘·피칸은 손실 회피금 263억원을 검찰에 미리 납부(가납:假納) 해놓은 상태이다.

가납절차란 재판확정 후 벌금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법원의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피고인에게 벌금 또는 과료, 추징금 등을 미리 납부토록 하는 제도이다.

에이콘·피칸측은 수사과정에서 "당초 수립돼 있던 계획에 따라 LG카드 주식을 처분할 것이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부인했고, LG그룹 상무 이씨도 "그런 정보를 접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인정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4년 1월 LG투자증권 노조가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LG카드 대주주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대목도 조사했으나 해당 혐의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또 참여연대가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등 LS그룹 관계자 25명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LS그룹의 LG카드 주식매도는 추가 유상증자에 대한 공시 이후에 이뤄졌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금감원이 작년 3월 조사결과를 통보해오자 본격 수사에 나서 연인원 127명을 조사하고 사건 관련자의 자택 등 11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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