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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 아이와 우리 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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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두 명의 아이가 있다.

큰 아이가 어렸을 적에 이런 질문을 했다.

"해님은 왜 매일 빨간 얼굴이지? 하얀 구름은 왜 하늘에 풍덩 빠지지 않지? 엄마는 왜 매일 나만 좋아하지?"

이 어려운 질문을 계속 던지고는 '어떻게 대답해야 내 아이가 잘 알아들을까?' 하고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금세 해답을 준다.

"해님은 빨간 색을 좋아하니까 매일 빨간 얼굴이고, 하얀 구름은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고 싶어서 풍덩 빠지지 않고, 또 엄마가 매일 나만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으니까 그렇지."

한순간 막힘도 없이 그 어려운 질문에 너무나 쉽게 그리고, 틀렸다고 할 수 없는 훌륭한 대답을 해 준다.

하루는 두 돌도 지나지 않은 둘째가 이런 질문을 했다.

"깜깜한 밤에는 왜 새들이 하늘에 없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망설이는 나에게 둘째는 "엄마 새랑 자러 갔다."고 했다.

그래! 내 아이들의 물음에 내가 배운 온갖 지식을 동원하여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내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그리고 감동하리만치 훌륭한 대답을 해 주곤 한다.

이처럼 두 돌도 되지 않은 내 아이의 질문에 답 한번 제대로 못하면서, 오늘도 열 살이나 더 먹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열심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다. 내 아이들보다 훨씬 먼저 태어나서 많이 보고, 듣고, 배웠기 때문에 더 똑똑한 우리 반 아이들은 어쩌면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더 쉽고, 더 감동적인 대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 보일 수 있는 표현방법이 서투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할 때면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너무나 많은 질문에 -내 아이들이 내게 해주는 감동적인 대답처럼- 너무나 쉽고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감동적인 가르침을 줄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내 아이의 선생님께서 내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기를 바라듯이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숱하고도 어려운 질문에 너무나 쉽고 감동적인 대답을 해 주고 싶은 것이다.

그 옛날 나의 선생님께서 내게 그러하셨듯이….

오늘도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한다. 나중에는 모두 알게 될 많은 답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깨우쳐 주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는 저절로 깨우치게 될 지식이지만 먼저 안다는 것은 올바른 생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수많은 지식보다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아름다운 마음일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들의 아이와 함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공기 중의 수분이 상승하여 팽창한 결과 이슬점 이하로 되어 응결한 작은 물방울이 대기를 떠도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엄마랑 술래잡기를 해 볼까?' 하며 아이의 감성을 깨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훨씬 고마울 것 같다.

이길옥(대구조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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