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하신 효도의 1%에도 못 미쳐요."
올해 보화상을 수상하게 된 류귀옥(54·여·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씨는 아흔 일곱 동갑내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결혼 후 함께 산 지 이미 30여 년.
류 씨는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5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 담석증과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챙긴다. 시부모의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고 목욕까지 시켜드리는 등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다.
성주군 보건소에 출근하는 평일에는 따로 간병할 사람이 찾아오지만, 주말에는 꼼짝없이 집에서 지내야 한다. 시부모님 수발을 드느라 바깥나들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게 시부모를 봉양함에도 그는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현대판 심청'이 따로 없다고 칭찬하는 이유다.
"할 도리를 했을 뿐 그리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시부모님 병세가 자꾸 나빠져 가고 있어 걱정될 따름이지요."
류 씨는 조선시대 말 성리학자 한주 이진상 선생의 4대 종부. 1년에 11번의 기제사와 명절 제사, 시어른들 생신 등 챙겨야할 집안 행사는 끝이 없다. 그나마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 처음 시집왔을 땐 대보름과 단오 때도 따로 상을 차려 내야 했단다.
"노련하신 시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버텨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없는 살림에 고생하신 시어머니 대신 상을 받는 것 같아 민망할 따름이에요. 소원이요? 두 분 모두 오래도록 건강히 사셨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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