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튜닝시대] 날 좀 봐! 멋져 보이지?

"비싼 돈 들여 멀쩡한 물건 망치다니….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전자레인지를 개조한 컴퓨터, 비행기 모양으로 조립한 제도 샤프, 검정 매직펜으로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가득 새겨 넣은 실내화 등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들을 보며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말이다.

이건 '튜닝(tuning)'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들의 말일 뿐! 멀쩡한 물건을 망치는 일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새겨 넣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요, 비용이 좀 들더라도 남들에게 나의 존재를 과시하는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이 튜닝족들의 주장이다.

대량생산과 소비의 시대였던 20세기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 속에서 찍혀져 나온 공장 제품들처럼 똑같은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 소비품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동일성'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개성'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대. 이제는 '다름'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

'튜닝'은 이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 하나 조차도 '남들과 다른 무엇'을 강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뜯어 고쳐 나만의 특별함을 새겨 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라디오 전파 조정이나 자동차 성능 업그레이드 수준에만 한정됐던 '튜닝'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나만의 분신 만들기'라는 의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튜닝은 운동화와 실내화 튜닝. 교복 외에는 별달리 멋 낼 요소가 없는 학생들이 하얀 실내화나 운동화에 구슬이나 운동화 끈, 아크릴 물감 등을 덧대 아예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제도용 샤프펜슬 튜닝도 최근 인터넷의 인기 검색어 중 하나. 가장 단순한 기본적인 디자인의 샤프펜슬에다 아이디어와 손재주를 결합시켜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오디오나 자동차, 컴퓨터 등의 기계를 뜯어보고 다시 조작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외장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입히는 튜닝도 있다.

최광선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튜닝족의 마니아에 가까운 적극성 표현에 대해 '자기 우월성의 과시 욕구'라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이는 미니스커트와 망사스타킹, 비싼 명품 브랜드의 장신구 등 특별한 옷차림으로 남들의 이목을 끌고 감탄을 해주는 상황을 즐기는 것과 유사하지만 자신의 노력과 투자를 통해 마니아 단계로 발전해 간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분위기에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급속히 성장해가고 있는 튜닝문화. 현재는 물건을 튜닝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지만 이런 튜닝 문화의 발전을 통해 언젠가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의 튜닝'이 대두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2006년 4월 20일자 라이프매일)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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