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지 범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 시대의 도래'라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미지 범람이 가져온 인식론적·가치론적 혼란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세상은 절대적 형태의 모방이며 단지 이미지만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그 절대성은 이미 상실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미지의 창출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지극한 동경에서 비롯된다고 보기도 한다.
이미지는 절대존재에서 추락한 존재이지만, 반대로 그 근원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미지의 부활 현상을 단지 디지털적 사유의 결과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세계가 다시 서구의 합리주의 중심으로 재정립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미지는 마음에 그려지는 사물의 영상, 즉 심상이다. 이미지의 주인에게는 대상의 실체는 이미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러 대상의 실체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오염'과 '테러'로 이미지화 된 황사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덕환 교수의 글을 읽었다.
황사에 포함된 금속이온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황사 발원지의 천연 황토로 중국의 산업화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황사에 섞여 함께 날아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반도에 떨어지는 황토 먼지는 산성화되고 있는 우리 농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출장에서 다시 확인한, 중국인에게-물론 일부 중국인일 수도 있다-이미지화 된 한국은 '애국심'과 '예절'이었다. 그들은 97년 외환위기 때 보여준 한국 국민들의 애국심, 금 모으기라든가 국가회생을 위한 희생을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찬양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한국 사람의 예의 바름에 대해 이야기하며 문화혁명 이후 중국이 잃어버린 가치들을 한국은 잘 보존하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중국민은 모래알 같아서 개개인들은 우수할 수 있어도 뭉쳐지지 않으며 공익을 우선하지 않는다며 개탄했다.
그런데 그들의 개탄이 낯설지 않았다. 학창시절 줄 곧 들어오던 소리였다. 외국인에게 이미지화 된 한국과 한국 국민의 실체는 과연 어떠한지 내내 생각했다. 이미지와 실체가 같은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백운하 (주)크레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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