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받는 사람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마력이 있다. 단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들과 뭔가 다른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주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곁들어진다면 금상첨화. 선물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바람을 들어봤다.
♥어린이날 도토리 주세요
틈만 나면 싸이월드를 접속하는 사람은 다 안다. '도토리(사이버 머니)'의 소중함을. 그렇다보니 도토리가 인기 선물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당연히 초등학생들 또한 도토리 선물을 여느 선물 못지않게 받고 싶어 한다. 김성준(12·사대부속초등학교 6년)군도 그 가운데 한 명.
"예전부터 부모님에게 도토리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상업적이란 이유만으로 늘 거절당했어요. 이번 어린이날엔 꼭 선물해줬으면 해요." 바람이 아니라 거의 강요 수준이다. 그 만큼 절실하기 때문. 싸이월드에 접속한 지 2개월. 한참 재미를 붙일 때라 더욱 그렇다.
"도토리로 스킨(미니홈피 첫 화면)이나 캐릭터 등을 예쁘게 꾸며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그러면 나만의 개성이나 색깔도 표현할 수 있어 훨씬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명분도 그럴싸하다. 김군은 "이번에 도토리 선물 받으면 부모님 말씀 더 잘 들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군은 어린이날 부모에게 깜짝 도토리 선물을 받을 걸 은근히 기대했다.
♥성년의 날 영상편지 받고 싶어요
성년의 날을 앞둔 윤예슬(20·여·경북대 경영학부 2년)씨. 한참 들떠있어야 할 때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곁에서 분위기를 잡아주어야 할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있기 때문. 윤씨는 다가오는 성년의 날에 남자친구의 목소리와 씩씩한 모습이 담긴 CD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애절하다.
"성년의 날에는 20송이 장미와 향수, 키스 등 세 가지가 공식화 되어 있지만 저는 남자친구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영상편지를 받으면 정말 감동할 것 같아요.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수도 있고요." 윤씨는 영상편지를 통해 그저 남자친구가 씩씩하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선물이라는 것이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에게 필요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주고 싶을 때 준비하는 것이 더 재미있고 뜻 깊잖아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남자친구에게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어버이날 감사편지 써주었으면…
자녀가 깨알 같은 글씨로 손수 적은 편지 한 장.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더 없는 선물이다. 윤석호(40·동아백화점 특판사업팀 팀장)씨도 어버이날에는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담긴 편지를 초등학교 4학년인 정민이(첫째)로부터 받고 싶어 한다. "정민이가 벌써 사춘기인지 요즘 좀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도 잘 안 해요. 한 번씩 의견 충돌이 생길 때는 토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윤씨는 "여섯살인 둘째 아이와 알게 모르게 좀 차별한다고 느끼는지 정민이가 불만이 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민이는 윤씨에겐 든든한 아들이다. 정민이는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해 학교 공부도 썩 잘 한다. 친구들 사이에선 '수학 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단다.
"동생을 좀 더 챙겨주고 부모에게 싹싹하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는 아들이에요. 편지에 그런 내용이 담기면 무척 뿌듯할 겁니다." 이번 어버이날엔 어떨까. 윤씨는 정민이의 달라진 모습을 어렴풋이 그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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