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3동에 자리한 한 '유희왕 카드' 전문샵. 10여 평의 실내에는 초등학생들이 테이블을 빙 둘러 삼삼오오 모여 있다. 한쪽 벽면에는 수백 장의 유희왕 카드가 촘촘히 나열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다른 테이블에서 게임이 벌어지자 학생들이 또 다시 와르르 몰려간다.
"엣지맨, 매직드레인…." 카드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자 테이블 위에 그려진 카드 문양에 서로 마주보며 카드를 놓고 대결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공격"하며 카드를 내자 구경하는 학생들이 '감놔라, 배놔라' 훈수를 쏟아낸다.
카드놀이를 한 지 1년 정도 되었다는 문규봉(11·초등학교 5년)군은 "수업 마치고 학원 가기 전 1~2시간 정도 자투리 시간에 이곳을 찾는다."며 "우리 반에서는 10여 명 정도가 유희왕 카드놀이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군은 카드를 잔뜩 모아놓은 카드 모음집을 꺼내 자랑한다.
테이블 위에는 계산기가 놓여져 있다. 서로 점수를 더하고 빼기 위한 도구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고사리 손이 꽤나 날렵하다. 3년 경력에 전국 대회 참가도 했다는 남우성(12·초등학교 6년)군은 "카드마다 제각각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치밀한 전략을 짤 수 있다."고 카드놀이의 매력을 설명했다. 트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황진욱(7·초등학교 1년)군은 "서로 맞교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딱지치기의 업그레이판이라 할까.
남군은 "부모님은 카드 사는데 돈이 꽤 드니까 싫어하지만 카드놀이는 나의 엄연한 취미 생활"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운영자 박재언(29)씨는 "5장에 500원부터 좋은 카드는 8천원 정도 하기 때문에 의외로 돈이 좀 들어 부모들이 싫어하기도 한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현금 거래는 절대 없는 유희왕 카드놀이를 자칫 도박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 박씨는 "유희왕 카드가 예전엔 소수 매니아 게임이었다가 3년 전쯤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후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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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카드 게임은?
한 사람당 40~50장 정도의 카드를 준비한 뒤 두 명이 서로 마주 앉아 카드를 서로 꺼내며 대결하는 게임이다. 몬스터나 마법 등 다양한 카드는 효과 또한 각각 다르다. 그런 다른 효과로 서로 대결하면서 상대 라이프포인트(보통 8천)를 줄여 0이 되면 이기는 게임이 유희왕 카드 게임의 기본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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