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카드'와 '스포츠 토토'. 얼핏 공통 분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을 즐기는 사람들은 닮은 점을 발견할 것이다. 머리를 '좀 써야 하는' 놀이라는 점. 그렇기에 보통 젊은층에서만 즐기는 놀이문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 과감히 도전하는 어린이들과 50, 60대 장년층들이 있다. 그들은 그저 단순한 것을 좋아할 거라는 일반적인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 놀이에 열광을 보낸다. 공차기나 심심풀이 바둑, 장기는 이들에겐 싱겁기만 하다. 이들은 정보를 얻고 자기만의 전략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한다. 그 속에서 생활의 활력소를 찾는 이들을 만나봤다.
"40, 50에 110도 좋고.""마지막이니까 풀 배팅하는 기야.""오늘은 반격해야 할 낀데."
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서구 평리4동의 한 복권방.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오순도순 앉아 뭔가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유심히 들어보니 이날 삼성과 모비스의 프로농구 챔피언십 4차전 이야기다. 이들은 컴퓨터 모니터도 유심히 살핀다. 그러더니 시험답안을 작성하듯 표에 마킹을 시작한다. 복권방 운영자 황형덕(45)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 자주 이곳을 찾는데 오늘은 많지않다."라고 아쉬워했다.
젊은이들이 즐겨한다는 스포츠 토토. 이들은 지긋한 나이에 어떻게 스포츠 토토를 하게 되었을까. 김성수(59)씨는 "금융 쪽에 있다 정년퇴직한 뒤 경로당 가기도 좀 껄끄럽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동네 복권방을 찾았다."고 했다. 토토한 지 2개월 정도 된 김씨는 이제 웬만한 스포츠마니아를 뺨칠 만큼 스포츠 정보에 밝다. 아직 한창 배우는 중이라고 겸손을 보이지만 10회 정도 토토를 하면 한차례 정도는 당첨이 될 정도로 스포츠에 해박하다. 중학교 때 육상 선수로 활동해 평소 스포츠에 관심은 있었지만 토토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열성을 보였다고 한다. 김씨는 "요즘은 TV 스포츠중계는 거의 빠짐없이 보고 신문도 스포츠면을 가장 먼저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 일을 보고 있는 유현목(64)씨는 "심심하던 차에 젊은 사람들이 토토를 많이 하는 걸 보고 몇 번 하다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유씨는 "토토를 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으니까 심심풀이로도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토토의 재미도 재미지만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유씨는 "서로 이곳에 모여 정보 교환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친해지고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복권방이 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방인 셈이다. 김씨는 "토토에 완전히 빠져들지만 않는다면 성인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로또하는 것보다 훨씬 건전한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진영(48)씨도 "약 6개월 전부터 나이 든 사람들이 토토를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봤다."라고 평했다.
전창훈기자 사진·정재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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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토토
이미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 유럽국가에서는 등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스포츠 토토는 축구, 야구, 농구 등의 경기를 대상으로 게임 참가자가 경기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한 후, 배팅하여 실제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 받는 복권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10월에 첫 발매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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