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헬기에서 내려다 본 미군기지 예정지 평택은 고요했다.
하지만 한창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로 가득해야 할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논둑에 설치된 천막과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군용차량, 곳곳에서 땅을 파고 있는 굴착기와 군인들의 모습으로 이 곳이 철조망 내 군사시설보호구역임을 알 수 있었다.
헬기는 논둑에 내려앉았다. 장병이 3천여 명이나 주둔해 있지만 군데군데 몇 명씩만 보일 뿐이었다. 숙영지 건설을 하다 텐트안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일 범대위 등 시위대가 철조망을 뚫고 난입해 장병들을 무차별 폭행한 사태 때문인지 그들의 마음은 그리 썩 편치 않아 보였다.
군은 시위대의 난입으로 군용텐트 28개 동이 훼손됐고 1개 동은 방화로 완전히 불에 탔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에 왼팔을 맞아 7바늘이나 꿰맸으면서도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700연대 2대대장 하방원 중령은 "저도 너무 착잡하고 비통하지만 병사들도 비통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동료들이 바로 옆에서 얻어맞는 것을 본 일부 대원 중에는 왜 대대장이 공격명령을 안내렸느냐고 억울해하는 병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병들의 잠자리이자 쉼터인 천막은 모두 639개 동 설치돼 있다. 2평 남짓한 천막에 들어가보니 '찜통'이 따로 없었다. 밤에는 춥다고 한다. 그 좁은 곳에 5명의 병사가 칼잠을 잔다고 했다. 물론 흙바닥에 우의를 깔고 다시 모포를 덧댄 바닥이다.
처음에 전투식량으로 때웠던 식량도 이제는 밥으로 대체됐다. 식수는 1인당 매일 2ℓ씩 지급되고 있어 문제가 없었다.
현재 범대위 등 시위대 50여 명은 대추리 등지에서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47개 중대가 배치되어 있다.
여성 시위대에 대처하기 위해 여군도 일부 나와 있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대추리 마을 평화공원에서 "군은 즉각 물러가라"는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구호가 확성기를 통해 나지막이 들려왔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