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과 삶] 사랑·소망·믿음방에 사는 3인

1. 사랑방 주인 조인숙 씨

이 집 주인이자 사랑방에 살고 있는 조인숙(49.여.지체 1급) 씨의 공간은 신부가 살고 있는 방처럼 잘 꾸며져 있다. 방 입구에는 컴퓨터 및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놓여 있다. 조 씨의 여성스럽고 섬세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방이다.

고운 얼굴을 타고 났지만 20여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한 때 비관, 절망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맘을 열고 사회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1998년에는 보상금, 본인 저축 등으로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소중한 공간인 '사랑의 공동체'를 설립했다.

'부모랑 함께 살 수 있어 더 행복하다'는 조 씨. 현재 대구보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 강의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조그만 꿈을 이뤘다. 정부지정 장애인 생활시설 전환에 선정돼 보건복지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새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것. 그는 "이제 12명 정원의 새 보금자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2. 소망방 주인 천유경 씨

2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77)는 대구의료원에서 치매, 결핵 등 복합 중증으로 누워있다. 몸이 불편했던 두 남동생 경배(35), 경호(32)도 10년 째 연락이 두절됐다. 혼자 남게 된 천유경(37.여.정신지체 3급, 지체 5급) 씨는 극도의 불안감 및 외로움으로 7년간 허병원에서 정신치료를 받는 등 감시받는 생활을 해왔다.

이런 천 씨가 어느 정도 상태가 회복되면서 6개월 전 이곳으로 왔다. 사랑의 공동체 생활은 그야말로 천국. 환청이나 불안증세 등도 사라졌고 잠도 편안히 잘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

그는 "7년동안 갇힌 생활을 하다 이곳에 오니 너무 기쁘고 어디든 맘대로 다닐 수 있으니 좋아요."라며 "좀 더 좋아지면 단순노동이라도 해서 한 달에 10만 원이라고 벌고 싶다."고 수줍은 듯 포부를 밝혔다.

3. 믿음방 주인 장경숙 씨

엉덩이에 욕창이 나서 오기 힘든 상황임에도 우리 가족들 사진이기 때문에 찍어야 한다며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휠체어로 1시간이나 걸려 달려온 장경숙(46.여.지체1급) 씨.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장 씨는 "어느 장애인들의 모임을 통해 '사랑의 공동체'라는 집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며 "간단한 취미생활도 하고 공동생활을 하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믿음방에는 장 씨를 비롯해 2명의 여성장애인들이 더 있다. 정스인(24.여.신장 5급) 씨와 김경옥(34.여.지체1급) 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재활노력에 한창이다. 특히 정 씨는 콩팥이 없어 다 죽어가다 지난해 아버지로부터 이식수술을 받고 이곳에 온 뒤 건강을 회복, 지금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김 씨 역시 언제나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지만 곧 사회에 진출하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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