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세균전을 비난하는 장면과 빨치산의 서울입성, 최승희 모스크바 공연, 신천 민간인학살사건 등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 담긴 외국의 북한관련 영상기록물이 18일 공개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러시아 국립사회정치사문서보존소의 코민테른 관련 기록과 러시아 사진 영상기록보존소의 한국관련 영상기록을 수집, 최근까지 분류작업을 거친 끝에 이날 1945년 소련의 대일전 참전부터 1956년 김일성 동독방문까지 기록물 168건, 13시간 분량의 영상기록물을 공개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러시아측과 기록관리 협력증진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에서 북한과 한국전쟁 등과 관련된 서류를 복사해온 뒤 번역 및 분류 작업을 벌여왔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이번 자료는 소련과 북한의 우호적 관계를 잘 보여주고, 특히 김일성의 상기된 표정이나 방문자들이 각종 산업현장이나 문화시설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은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 "창설 첫해 인민군 보안대의 복장과 훈련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라고 말했다.
◇빨치산 서울입성 첫 확인
이 영상 기록물에는 한국전쟁 중 빨치산이 서울 입성에 성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빨치산들이 1950년 10월 서울에 입성했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전쟁 직전 남한에서 빨치산들은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리산이나 오대산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들이 전쟁 중에 입성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리산이나 오대산에서 활동했던 빨치산이 아니고 전쟁 중에 북한에서 파견된 선발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국가기록원의 설명이다.
또 의용군의 행진모습도 남한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장면이다.
영상에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의용군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일성 남측 첩보원 면담장면도 공개
남한에서 조선공산당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북조선공산당(북로당)이 남한 내 첩보원 파견 등 통일전선 사업에 적극 관여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는 장면도 공개됐다.
당시 북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 중앙위원회 위원장인 김일성이 남측에서 온 첩보원을 면담하고 남측 관련 사진자료를 보고 있는 광경이 나온다.
이후 북로당은 독자적이라 할 만큼 남한 내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천 민간인 학살 현장 기록물도 나와
북한이 미군이 전쟁 중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황해도 신천 민간인 학살현장 장면도 소개됐다.
남한에서는 신천 민간인 학살사건은 소설이나 방송 다큐멘터리 등으로 알려져 왔지만 학술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아 이번 기록물 확인으로 앞으로 역사적 진실규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천 민간인 학살사건은 황석영이 2001년 이 사건을 다룬 소설 '손님'을 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승희 공연. 김일성 모스크바 방문자료
최승희와 조선예술단의 모스크바 방문 공연은 전쟁시기에도 문화교류를 멈추지 않았던 북한의 문화외교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는 최승희 춤사위가 인상적이며 당시 관중도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 공연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일성의 1949년과 1956년의 소련 방문도 영상자료로 소개됐다.
1949년 방문 자료에는 김일성과 함께 방문했던 박헌영의 모습이 자신의 딸과 함께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 자료 공개에는 김일성의 선거관련 연설과 투표장 광경, 흑백투표 광경도 나온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투표함이 완전히 노출되지는 않았고 병풍으로 둘러친 '반(半) 공개' 선거 모습이 나온다.
◇ 북한 세균전 비난 장면도 나와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된 기록물 중 '평화를 위한 전쟁'(1952년)이라는 북한 영상기록물은 북한이 세균전을 비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자료에는 한 북한 여성이 현미경으로 곤충폭탄을 보고 있는 모습과 북한 사람들이 세균전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모습, 세균무기에 반대하는 조선 인민대표자들의 연설이 들어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 기록물로만 보면 미군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의혹을 가질 수도 있지만 미군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구체적인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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