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걸프전을 치를 때에 부대 안에 병아리들을 길렀다. 살벌한 전쟁터에 병아리는 잘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지만 그것은 병사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 병아리는 독가스에 제일 약한 생명체라고 한다. 혹시 모를 적군의 화학전에 대비하기 위해 소량의 독가스에도 민감한 병아리를 부대 안에 살게 하고 그 병아리가 죽어가는 모습으로 가스량을 측정하여 가스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병아리는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통해 죽음의 위험을 공동체에게 경고했던 것이다.
아프리카 남아공에는 포도농장이 많다. 유럽에서 핍박을 받아 도망 온 위그노들이 그 땅에 정착하면서 포도를 다량으로 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포도농장의 입구에는 장미꽃들이 만발해 있다. 그것은 포도농장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장미는 병에 민감한 식물로 장미가 먼저 병이 드는 것을 보고, 농부가 포도나무에 병이 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미를 포도원 주변에 심는다고 한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을 자주 방문하였다. 그가 1978년에 와서 강의한 내용 중에 토끼와 잠수함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때 잠수함에서 수병으로 근무하였다. 그때 잠수함의 제일 밑층의 작은 방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원래 여러 마리의 토끼를 넣어두는 곳이었다고 한다. 토끼를 잠수함의 제일 밑바닥에 넣어둔 이유는 토끼를 통하여 잠수함 안의 산소의 양을 측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산소에 대하여 사람보다 훨씬 민감한 토끼가 죽으면, 그 당시의 잠수함 내의 산소가 위험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에 대한 대비를 함으로, 군인들의 생명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토끼나 병아리나 장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오르규'는 성직자, 정치가, 교육자와 문인 그리고 언론인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열거한 부류의 사람들에게서만 무엇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이 사회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만이라도, 병아리가 된다든지 토끼가 된다든지 하는 희생제물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온도가 몇 도인지를 정확하게 나타내줄 수 있는 체온계의 역할은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사회가 추운지 더운지 병들었는지 건강한지 제일 먼저 느끼고, 거기에 대처하게 하는 체온계의 역할을 하는 자들이 있는 한, 이 사회가 그토록 정신없이 추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동관
이동관 대구수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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