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참패 후유증…당·청 정책갈등 번지나

지방선거 참패 후 부동산.세금 등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과 향후기조를 둘러싼 당.청간 시각차로 인해 자칫하면 정책갈등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현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세금문제 등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시정.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속적인 추진의사를 밝힌 사회양극화 극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부동산 대책, 사법.국방개혁 등 핵심 정책과제 가운데 우리당은 민심이반을 키운 점이 있다면 과감한 손질도 마다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들 정책은 그간 청와대가 정책의 기조를 짜면, 우리당은 국회 입법활동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 왔던 국정 어젠다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양해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갈등을 야기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당이 2일 개최한 원내대표단 회의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회의에선 대놓고 청와대를 비판한 발언은 없었지만 청와대의 주요 정책을 당이 충분한 검토없이 따라가는 바람에 '반여(反與) 정서'만 키웠다는데 대체로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회의에서는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원내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정책에 대한 불만도 표심에 반영됐다고 보고 고칠게 있다면 고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부대표는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적 불만, 특히 부동산.세금 문제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시정.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시정.개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의 결론은 지방선거 사상 집권여당 최악의 참패를 불러온 원인이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입안에도 있다는 여당내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당이 지목한 부동산, 세금문제 등 참여정부 후반기 경제정책의 핵심에 대해 '시정.개선'을 운위했다는 자체가 청와대의 정책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는 다분해 보인다.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부동산.세금 정책은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하고 당이 쭉 따라가다 보니까 이렇게 되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이 현장에서 이런 갭을 너무 실감했으니까 이제 원내가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재산세의 경우 '세금폭탄'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서울지역 선거에서 많이 먹혀든 것 같다"며 "문제아를 잡으려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문제아 잡는 대책을 썼다는 비판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참패후 조성된 우리당내의 이런 기류가 청와대의 정책기조에 대한 전면적 비판 내지는 재검토로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나친 예단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한길 원내대표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당의 입장이 정책분야의 당청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우려한 듯 "작은 말 한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무겁게 처신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도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에서 수정이나 시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율해서 맞춰가자는 취지"라며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검토하는 단계인데 기조를 재검토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꼽히는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거래세나 양도소득세 인하, 실수요자 과세 완화, 주택공급 확대 방안 등을 우선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와의 국지적인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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