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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에 나이가 무슨 필요?"…동오축구회의 '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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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기... 제치고 그렇지. 슛~"

휴일이었던 11일 오전 7시.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 둔치. 전국이, 아니 세계가 공 차는 소리로 시끄러운 요즘, 둔치 운동장 역시 아침부터 공 차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런데 이 곳은 여느 운동장과 달랐다. 함성소리는 비슷했지만 헤딩으로 공을 받아내는 머리 색깔이 온통 은빛이다.

잠시 쉬는 시간에 올해 연세가 얼마냐고 조심스레 여쭤보니, 30년 넘게 축구를 했단다. 거의 모든 회원들이 예순을 넘겼다는 것. 축구단 이름은 동오축구회. 동구에 사는 50대 이상만 회원으로 받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1971년부터 축구를 시작했지. 말도 마. 축구가 건전한 스포츠라 아내가 30년을 참았지. 첫 애 낳을 때도 축구한다고 아내가 출산하는 걸 못 봤다니까. 허허." 축구가 마약이라는 오양근(61) 씨. 오 씨는 26살 되던 해부터 조기축구회에서 거의 매일 축구를 해왔다며 자신을 축구 중독자라고 소개했다.

한 두 해 호흡을 맞춘 것도 아니니 조직력은 최고라 자부하는 이들. 최완열(62) 씨는 "모두 함께 하도 오래 공을 차서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어디로 찔러 주겠구나.'를 알아챈다."고 말했다.

김순태(66) 씨는 축구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며 '축구철학'을 들려주었다.

"뭐니뭐니 해도 축구엔 신뢰가 우선이지. 이기는 것도 좋은 거지만 사람이 먼저잖아. 축구에서 신뢰를 배우고 나서 살면서도 남한테 신뢰를 쌓으려 노력했지. 그랬더니 이 날까지 욕 안먹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해." 김 씨는 자랑했다.

"대한민국이 16강 가는 걸 너무 바라면 안 돼. 지난 번에 4강 갔다고 이번에 또 4강 꼭 가야 돼?"이 날 경기를 마친 회원들이 모두 다 이번 월드컵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월드컵이 있으면 우리가 신나. 다같이 하나로 묶이는 걸 보니까 대단하더라구. 축구가 정말 묘해. 특히 월드컵은 말이야. 2002년,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 나왔잖아. 그리고 한 목소리를 냈잖아."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 전쟁을 어릴 때 몸으로 겪었다는 그들은 온 국민이 축구응원을 통해 결집하는 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월드컵 때 지역감정이 있었어, 뭐가 있었어." 말을 마치자 마자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을 큰 소리로 외친 한 할아버지. 그는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이 뭉치고 화합하자고 호소했다. 12번째 선수, 동오실버축구단의 응원가는 붉은악마 못지 않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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