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이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꼭 봐야만 하겠단다. 남녀의 사랑엔 국경이 없다고 했지만 이들의 축구사랑도 그에 못지 않다.
코리안드림을 향해 땀흘리는 이주노동자들. 머나먼 이국땅 코리아에서 이번 달만큼은 국경을 잊었다.
12일 밤 대구 남구 대명동 외국인노동자 쉼터에서 만난 이주노동자 20여 명. 지금껏 한번도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던 네팔, 스리랑카, 인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밤마다 TV 앞을 지킨다고 했다.
"한국축구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네팔에서 온 발라람(29) 씨는 "개막식부터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눈에 약한 핏발이 서긴 마찬가지. 이들은 한국의 올빼미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디빡(30) 씨가 답한다. "2002년에 네팔에서 본 한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면서 "4년만에 다시 그 느낌을 한국 땅에서 느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역시 네팔에서 온 비스누(29) 씨는 "거리의 붉은 물결에서 시민의 힘을 봤다."며 "네팔도 최근 한국을 본받은 듯 시민의 힘을 통해 정치질서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우리나라로 온 인도인 나시르(32) 씨는 "인도에 있을 때는 축구를 못 봤다."고 아쉬워했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크리켓이기 때문.
축구는 90분간 밀고 당기는 박진감 넘치는 멋이 있어 좋다는 나시르 씨.
인도의 눈물이라 불리는 스리랑카 출신 아뚤래(26) 씨도 "2002년에 안정환이 반지에 키스하고 만세 부르는 걸 TV로 봤다."고 거든다. 2002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이르는 말이다. 이번 대회 예상성적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미리 짜기라도 한듯 "토고한테는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프랑스한테 지고 다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은 축구를 볼 때는 마을주민 70~80명이 27인치 TV 한 대 앞에 모인다며 '축구는 마을 축제'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결같이 같은 아시아권의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를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 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의 선전과 토고전에서 승리를 속으로 기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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