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55분.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 규슈(九州)지역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여행지다. 가벼운 산행에다 온천, 테마파크에 광대한 칼데라 지형까지…. 아무리 여행취향이 까다롭더라도 이만하면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가장 잘 알려지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나가사키 현에 있는 네덜란드 풍 테마공원인 하우스텐보스. 하지만 규슈에서 하우스텐보스가 다는 아니다. 구중산(九重山) 산행과 아소산(阿蘇山) 화산지형 여행, 벳부온천을 빼고 규슈를 이야기할 수 없다.
●구주산(久住山) 산행
구중산(九重山)과 구주산(久住山). 이름부터 헷갈린다. 구중산과 아소산은 함께 아소-구주 국립공원지역을 이룬다. 구마모토 현과 오이타(大分)현에 걸쳐있는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군이 구중산이다. 구주산은 구중산의 한 봉우리. 해발 1천787m로 이 일대 10여개의 산중 제일 높다.
산행기점은 해발 1천330m 고지에 있는 마키노토(牧の戶峙). 국립공원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만나는 고갯마루 휴게소다. 온천지역인 벳부에서 버스로 1시간 가량 걸린다. 코스는 마키노토에서 출발해 구주산 정상을 돌아오는 왕복 8.2㎞. 4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산행초입에서 능선까지 700m구간은 시멘트 계단. 가쁜 숨을 몰아쉬고 능선에 오르면 장쾌한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쪽을 돌아보면 제주도와 지형이 닮았다. 봉긋 솟은 오름이 보이고 이 오름을 오르는 산행인파의 물결이 죽 이어져있다. 전형적인 화산지형이다.
본격적인 능선산행은 이곳에서부터다. 구주산 정상을 오르는 막바지 구간을 제외하면 3㎞ 정도 완만한 능선을 따라간다. 이즈음 구주산의 볼거리는 두가지다. 미야마 키리시마라는 철쭉종류의 고산식물과 끝없는 수평선을 이룬 산능선이다. 미야마 키리시마는 우리나라 철쭉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다. 한창 꽃망울을 터뜨려 능선을 붉게 물들였다. 일본에서 보는 천상화원. 이 붉은 물결은 정상까지 내내 이어진다.
30~40분 능선 산행을 즐기다보면 화산석이 정상부를 이룬 구쓰카게야마. 이곳을 넘어서면 또 다른 풍경이 반긴다. 정면으로 날카로운 능선이 이어지는 홋쇼산(星生山·1,762m)이 넓은 구릉 위에 버티고 있고 오른쪽으론 구주산이 우뚝 솟아있다. 힘이 넘치는 사람들은 홋쇼산 능선을 타고 올랐다가 다시 합류하기도 한다. 묘한 풍경이다. 화산지역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모습. 화산폭발 당시 형성된 산이어서일까. 밑에서 보기에도 능선이 날카롭다. 그 아래 분지로 형성된 니시센리하마는 널따란 평원이다. 해발 1천600m가 넘는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평원에서 홋쇼산 능선으로 치마주름처럼 산허리가 늘어졌다.
키 낮은 붉은 철쭉과 고만고만한 산죽이 양탄자처럼 죽 펼쳐진 풍경도 아름답다. 분지 끝 왼쪽으론 나카다케(中岳)가 우람하다.
니시센리하마를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면 대피소와 화장실이 있다. 구주산 정상도 코앞이다. 자욱한 안개에 정상부분도 보였다말았다 한다. 왼쪽으론 안개인지 잘 구분이 되지않는 하얀 연기가 뭉게구름을 이룬다. 유황냄새도 강해진다. 홋쇼산 북동쪽의 류오우잔(硫黃山). 문득 능선 왼쪽 아래가 나무 하나 없는 분화구임을 알아챈다. 이 지역도 화산지대임을 실감할 수 있다.
구주산 정상에 오른 건 산행에 나선지 2시간30분이 걸려서였다. 안개가 짙어졌다 옅어졌다를 반복한다. 그 틈을 타 정상부분을 덮은 철쭉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하산은 의외로 빠르다.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인근 볼거리=규슈의 중앙에 위치한 아소(구마모토 현) 지역은 거대한 스케일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이 됐다. 국립공원 안에는 산봉우리들과 함께 7개의 칼데라호, 온천, 지옥 등이 있다. 광대한 칼데라는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나카다케는 아직 화산활동 중인 활화산. 깊이가 100m, 둘레가 4㎞에 이르는 나카다케 분화구 속에서는 새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천천히 화산지형을 감상하며 걷는 것도 재미다. 화산조짐이 이상하거나 날씨가 좋지않으면 오를 수 없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드넓은 초원지대인 쿠사센리(草千里)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칼데라와 쿠사센리는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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