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때 전국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이 새 지자체장 취임을 앞두고 각종 공직에 한나라당 관계자를 임명하라고 요구해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시 경우 정무부시장, 보건복지국장, 시의회 전문위원 등 상당수 자리가 할애 요구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사무관 자리까지 거론된다고 한다. 대구시장이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무 및 별정직 자리는 한나라당이 '점령군'으로서 독식하겠다고 욕심을 내는 듯 들릴 정도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지방자치 선거에 정당 공천권이 강화되면서 진작부터 우려됐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결과 초래될 상황에 대해 주위에서 매우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 전문가를 정무부시장에 임용해 대구의 도시 경쟁력 회복에 주력하겠다던 김범일 시장 당선자의 의도가 좌절될지 모른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정당 출신의 아마추어들이 주요 간부 공직을 차지했을 때 뒤따르게 될 문제점은 군사독재 때 있었던 비슷한 양상의 정당인 특채 인사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오랜 세월 승진만 바라보고 묵묵히 일해 온 공무원들에게도 당연히 피해가 미칠 것인 바, 대구시 공무원노조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사회를 뿌리째 흔들려는 기도"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범일 시장 당선자는 "어거지로 밀려서 (임용을) 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당에서 좋은 사람을 추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의견과 이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나라당의 지방 공직 침식이 무비판적으로 용납돼서는 안 될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곧 뒤따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정당의 위력에 주눅 들게 되면 앞으로는 하급직까지 안위를 위해 한나라당에 줄 서지 않을 수 없게 될 지 모른다. 그럴 경우 공무원 조직이 월급은 시민으로부터 받으면서 봉사는 한나라당을 위해 하게 되는 결과에 도달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당선자 측이나 모두가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대구의 주인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시민들이며, 대구 시민은 결코 한나라당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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