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여름방학, 아이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까. 평소에 책을 열심히 읽지 학부모들이라면 여간 고민이 아니다. 해답은 아이들이 독서에 친숙해 질 수 있는 책부터 고르라는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내용이면 금상첨화겠다.
미하엘 엔데의 '냄비와 국자 전쟁'은 그런 용도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그의 전작 '모모'를 읽어본 독자들은 저자의 이름만 듣고도 어렴풋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쉽고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이기적인 현대인과 그 문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소질을 가진 이야기 꾼이다. '모모' 에서 회색인간들은 '시간은 금'이라고 떠벌리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성취'라고 사람들을 내몰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록 생활은 바빠지고 각박해진다. 모모의 활약으로 시간과 여유를 되찾은 사람들은 '삶이 시간 그 자체'라는 교훈에 이르게 된다.
'냄비와 국자 전쟁' 역시 비슷한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동화적인 삽화와 운율을 살린 문장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든다. 동화는 '옛날에 높은 산을 가운데 둔 이웃나라가 있었다.' 로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왼쪽 나라와 오른 쪽 나라, 사이좋은 두 나라에 어느 날 마녀가 심술을 부려 희안한 선물을 한다. 맛있는 수프가 끝 없이 솟아나게 만드는 마법의 냄비와 마법의 국자. 그러나 둘이 짝을 이뤄야만 비로소 마법을 부리는 냄비와 국자를 양쪽 나라에 나눠주고 양쪽 나라에 반목을 유도한 것이다. 결국 마녀의 의도대로 전쟁까지 일어나지만 지혜로운 두 나라의 왕자와 공주가 결혼을 선언함으로써 냄비와 국자는 양국의 공동소유가 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는 되돌아오게 된다. 저자는 독자를 계몽하기 보다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그 속에서 교훈을 배우기를 권하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는 책으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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