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당국, 北 미사일 '냉정 대응 기조' 배경

정부는 1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 호의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잇단 외신 보도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등 냉정한 대응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선 미국과 일본의 강경 자세와는 사뭇 대조적인 스탠스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일 정부간의 근본적 시각차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사일 발사 임박(?) 판단 = 당장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징후가 있느냐는 '실제상황'에 대한 판단을 놓고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비록 '당국자' 발언과 '소식통' 등 익명 취재원을 인용한 외신 보도가 그 근거가 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액체연료 주입단계로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견상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모양새는보이고 있지만, 발사준비가 완료됐다는 식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미사일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주입했는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만한 결정적 정보도 없고, 설령 연료를 주입됐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빼낼 수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추진체에 연료 주입을 마치고 발사 준비를 마쳤다는 일부외신 보도는 적어도 현 단계에선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위성발사냐, 미사일이냐 = 북한의 시험발사 움직임이 어떤 성격을 띠느냐를놓고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현재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발사대에 정착돼 있다는 미사일이 '대포동 2 호'이며, 미국 본토까지를 사정권에 둔 것이라는 미.일 당국의 인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부 당국 주변에는 이것이 위성발사용로켓인지, 미사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미사일 실체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배경에는 과학.기술적측면의 판단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우주궤도에 위성을 진입시키는 위성발사용로켓은 액체를 사용하는데, 북한의 경우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탄이 탑재되는 군사용 미사일이라면 상대의 선제공격을 피하기 위해지하에 발사대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의 경우 위성촬영이 가능하게 관련장치를 지상에 노출시키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시험발사를 강행하더라도 미사일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험체에 대한 궤도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외교적 해법 주력 = 특히 정부는 대북 제재의 한 방안으로 안보리 소집이 검토되고 있는 데 대해 98년 1차 미사일 위기 때도 경험했듯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도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어려워질 수 있고, 북한이 98년 때처럼 위성용이라고 주장하고나설 경우 국제법적 제재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이유로 거론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문제를 군사.안보적 측면보다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인권 압박 등과 맞물린 북핵문제 및 6자회담 표류 등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이러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국들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식, 비공식 채널을 모두 가동해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데진력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같이 냉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안보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내 대북 강경파의 입지를 더욱 세워주고,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무기체계 강화에 빌미를 제공하는 등 주변 안보지형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면서 6자회담을 중심축으로 한 기존 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수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도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될 수 있고, 대북 여론을 악화시켜 참여정부의 화해협력 기조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정치.외교적 해결에 진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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