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위스 알고 나면 스위스전 더 재미있다

운명의 스위스전이 임박했다. 월드컵대회 자력 16강 진출은 이번 24일 판가름난다. 상대는 유럽의 강호 스위스. 기왕 볼 바에야 상대국 스위스를 알고 나면 경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승패를 떠난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하겠다.

스위스의 공식 이름은 '스위스연방'. 26개 주가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8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는 22개였는데 이후 4개의 주가 더 보태졌다.

'스위스'라는 국명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26개 주의 하나인 '슈비츠(Schwyz)'에서 비롯했다. 산악국가인 스위스는 고만고만한 지방들이 도토리 키 재기하듯이 각기 고립된 채 존재했는데, 외세의 침입을 자주 받아 늘 고통을 겪었다. 이에 슈비츠 지방이 힘을 한 데 합하자고 깃발을 치켜들었고 나머지 지방들이 의기투합해 연방국가를 이뤘다. 열십자(十) 모양의 국기도 슈비츠 주의 깃발을 따서 만든 것이다.

인구는 700만 명. 그중 외국인이 1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국제기구 등이 많다는 뜻이다. 국적 얻기는 아주 까다로워 스위스가 세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한다. 나라 넓이는 4만1천293㎢로, 대한민국의 절반도 안된다. 하지만 국부는 엄청나서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독일, 일본을 제치고 단연 세계 최고다.

국민의 75%는 독일어를 쓴다. 나머지 18%는 프랑스어를, 6%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즉, 언어와 문화로 봤을 때 이번 월드컵대회 개최국인 독일이 스위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독일어가 스위스에 들어와 독특하게 발달하는 바람에 독일 본토 사람들도 알아 듣기 힘든 독일어를 구사한다. 같은 한국말이라도 제주 방언을 강원도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위스는 산의 나라다. 일 년 열두 달 하얀 눈이 뒤덮여 있는 알프스 산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영봉들로 즐비하다. 높이 4천806m의 몽블랑을 위시해 몬테로사, 융프라우, 아이거가 헌헌장부처럼 버티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스위스는 '칸톤'이라는 지방으로 구성된 연방국가이다. 제정 26년 만에 약간의 수정을 거친 헌법은 세계 최고의 지방자치권을 인정하고 보장한다. 국방, 외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웃 주가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상관하지 않는것이다.

스위스는 영구 중립국이자 요들의 나라로 유명하기도 하다.

1차 대전 때 무장중립의 원칙을 지킨 이래 지금까지 유지돼오고 있다. 중립국을 인정받은 것은 1864년에 국제적십자사를 세운 앙리 뒤낭의 영향이 크다. 2차 대전 때도 중립입장은 변치 않고 지켜졌다.

남들은 가입을 하지 못해 안달인 유엔에 들어가지 않은 보기 드문 나라가 또한스위스다.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서 유엔 미가입국은 스위스가 유일하다. 그러면서도 유엔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기구들은 그 본부를 스위스에 두고 있다.

유엔 유럽본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유엔아동기구(유니세프), 유럽경제위원회, 국제전기통신연합, 세계기상기구,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제네바에 본부를 설치해놓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로잔에, 만국우편연합은 베른에 본부를 뒀다.

이들 국제기구가 있는 데다 각종 국제회의가 이곳에서 열려 스위스는 중립국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외국인들은 그때마다 외화를 수북이 뿌려주고 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스위스는 장소 빌려주고 알프스를 구경시켜준 대가로 실리를 두둑하게 챙기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국제기구 말고도 나라 사이에 분쟁이 생길 때 당사자들이 관례처럼 스위스에서 만난다는 것도 이채롭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전에 미.소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렸고, 베트남전쟁 때 미국과 월맹이 만난 곳도 역시 스위스였다. 세계석유생산국 대표들이 회의를 가질 때는 영락없이 스위스를 찾는다.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남북한 대표가 회동한 곳 또한 스위스 로잔이었다.

스위스에 돈을 잔뜩 뿌려주고 가는 사람은 이들뿐 아니다. 스위스 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로 정평이 나 있는데, 세계적 거부들의 재산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절대비밀을 지켜주기 때문에 악당들이 범죄로 만든 돈이나 독재자들이 개인용도로 빼돌린 나랏돈 등 검은 돈들이 몰리기도 한다. 그래서 스위스 은행은 이자를 지불하기는커녕 거꾸로 보관료를 챙기며 배짱을 부린다. 희한한 돈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립국이라고 해서 국방에 소홀히한다고 보면 안된다. 세계 최신, 최강의 고성능 무기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전쟁에 대비해 공공건물 등에는 철근 콘크리트 지하대피소를 짓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정한다. 한 달 동안 밖에 나오지 않고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지하시설들은 정교하다. 지하통로 역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얽혀 있어 사통팔달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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