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8강전을 방송 해설하던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이 간혹 독일 축구를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독일에서 명성을 빛낸 그는 독일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애교(?)로 봐줄 만한 정도였다.
차 감독이 독일 축구에 지니는 애정 못지 않게 독일인들이 차 감독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도 대단하다. 독일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한국 취재진이나 한국 응원단들과 대화를 할라치면 대부분 "차 붐을 아느냐?"고 묻는다. 차 감독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뒤 그의 아들 차두리가 아버지로부터 훌륭한 신체를 물려받아 엄청나게 빠른 선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차범근이 활약하던 1989년까지의 기간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독일의 10대들까지 '차 붐'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생활의 일부분으로 축구를 생각하는 독일인들의 축구 사랑이 대물림되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듯 웬만한 독일인들이라면 오래전의 차 붐을 아직 기억할 정도로 차범근은 독일에서 대단한 선수였다.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시즌 동안 308경기에 98골을 터뜨린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남아있다. 차범근은 중하위권인 팀인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을 각각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또 당시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의 리그로 통했다. 40대 전후의 국내 축구팬이라면 당시 국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던 분데스리가 경기를 기억하는데 덴마크 출신의 날쌘 공격수 알란 시몬센이 멋진 골 퍼레이드를 벌였지만 시몬센의 분데스리가 골 기록을 깬 이가 차범근이었다.
차범근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독일의 칼 하인츠 루메니게, 루디 푈러 같은 스타들이 차범근을 대단한 선수로 평가했으며 독일의 슈퍼스타인 미하엘 발라크는 어린 시절 차범근을 우상으로 여기며 성장한 선수였다. 축구가 세계화한 요즈음,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임은 물론 세계의 축구팬들도 그를 알고 있지만 차범근이 지금 활약한다면 박지성 이상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범근은 1989년 분데스리가에서 은퇴했고 독일은 이듬해인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 무렵이 독일 축구의 정점이었다. 이후 독일 축구는 쇠퇴해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침체기가 길었지만 독일 축구가 자국에서 열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비상하고 있다. 더불어 분데스리가의 저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거론되는 K리그의 현실이 더욱 암울하게 느껴진다.
김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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