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동조합을 비롯한 완성차 4개사의 기업별 노조가 최근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으로 전환했다. 이들 노조가 소속된 금속산업노조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10여 개 업종에 15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 노조가 됐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가 기존의 기업별 노조보다 선진적이라며 전 조합원 80%의 산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비판과 우려 일색이다. 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노사 공멸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나 언론 등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노동계나 경영계에 다소 치우친 논리를 펴고 있으나 산별 전환이 대세임을 인정한 가운데 노사 신뢰 구축과 상호 노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기업에 속한 누구든 해당되는 문제이고, 산별노조는 실업자나 퇴직자까지 감싸안는 구조이므로 인문·사회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물론 자연계열 지망생들도 나름의 입장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산별노조 전환 배경과 추세
산별노조는 수년 전에 출범해 현재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금융노조 등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노조운동에 파급력이 엄청난 대형 노조들이 속속 산별 전환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국외 생산의 확대, 모듈 생상, 외주·하청 생산의 증가로 말미암은 고용불안의 심화가 가로놓여 있다.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와 비정규직 외면에 대한 안팎의 비난, 노조간부들의 부패와 분파 심화 등 노동운동의 위기도 산별노조 전환에 한몫을 했다.'(신문 칼럼) 내년부터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역시 기업별 노조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됐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운동의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해졌다며 환영 일색이다. '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폭넓은 연대와 단결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은 물론 사회 민주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입증된 바 있다. 또한 산별노조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들까지 하나의 조직으로 포괄하고 대변함으로써 개별노조의 문제점을 해소·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신문 사설)
그런데 이것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적합하냐는 반론도 경영계를 중심으로 만만찮게 제기된다. 산별노조에서 강조하는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해 '지금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할 때인가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실상 이 원칙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산업자본주의 시대 노동운동이 만들어놓은 원칙일 순 있어도 21세기 무한경쟁의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원칙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신문 칼럼)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산별노조 체제는 세계적으로 1970~80년대를 끝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만성 파업병을 앓았던 영국은 80년대 초반까지 탄광·철도 산별노조가 허구한 날 전국단위 파업을 하며 경제를 뒤흔들었지만 대처의 개혁으로 기세가 꺾였다. 독일도 산별노조의 전통이 세지만 2000년 이후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이름만 유지할 뿐 사실상 대부분 노사교섭이 개별 사업장에 위임되고 있는 추세다.'(신문 사설)
▶노사 간 쟁점
산별노조의 장·단점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제기되는 내용들을 정리하면 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표-산별노조의 장·단점
구분장점단점조직 형태-비정규직, 실업자 등 가입대상 확대로 역량 강화-기업노조 취약하고 산별노조의 관료화 우려활동-경제·사회 정책 요구 등 노동운동의 외연 확대
-공동 직업훈련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잦은 정치적 파업 가능성
-조합원의 무관심으로 인해 가입률 저하 우려교섭·쟁의-산별교섭으로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극복
-파업의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단축되며 자주 할 수 없게 됨.-이중교섭으로 기업부담 증가
-파업 때 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담 막대
교섭과 관련해 경영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우리 여건에서는 산별교섭으로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노조원들은 손해를 보고, 중소기업은 경영에 부담이 되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표준협약을 체결한 뒤 기업의 현실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각 산업의 평균치에 해당하는 결과를 적용하기 때문에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한다.
경영계는 산별노조 체제가 구축되면 이미 높은 정치적 성향을 보여온 산별노조들의 정치투쟁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한·미 FTA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의 사안에서 파업 등으로 대처해왔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산별체제로 전환할 경우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커지기 때문에 파업 등의 수단은 보다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산별-지부-지회 등으로 이어지는 이중, 삼중 교섭 우려에 대해 노동계는 중앙교섭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대응한다.
▶현실적 대응책
산별노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노사 양측은 물론 학계, 언론 등이 앞다퉈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대기업노조들이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한 현 시점에서는 장·단점을 살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산별노조는 선이고, 기업별노조는 악인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별노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환경 변화에 맞춰 근로자의 삶의 질,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노사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있다.'(신문 칼럼)
우선 경영계에는 기본적인 태도 변화부터 촉구하고 있다. '개별노조의 산별 전환은 이미 대세다. 사용자측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노동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거나 경영 여건을 내세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의미한 일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서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신문 사설)
한 걸음 나아가 '사용자는 교섭구조 변화에 따른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 기업별-소산별-업종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일관된 전략청사진을 수립해야 한다.'(신문 칼럼)
노동계에 대한 바램도 거세다. '노동운동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파업으로 노사관계 현안을 풀려는 그간의 자세에서 대규모 조합원을 거느린 책임 있는 주체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가야 한다. 또한 과거 기업별 단위의 교섭은 명실상부한 지회 교섭으로 거듭나야 하며 중앙단위의 규율에 따라야 한다.'(신문 칼럼)
'산별노조든 기업별노조든 노조의 존재 목적은 노조원의 복리증진에 있다. 노조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치집단화하거나 정치·사회적 이슈로 파업에 나선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투쟁일변도의 노조운동은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는 기업과 국가경제, 노조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고 끝내 도태된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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