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을 잡아라."
월드컵 악재를 넘은 극장가에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반도'와 '괴물'이 잇따라 개봉된다. 제작비 100억 원 내외의 이 두 편의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 공세에 고객 숙였던 한국 영화계에 힘을 불어넣으며 박스오피스 정상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설 태세다. '한반도'와 '괴물'이 흥행작 부재와 스크린 쿼터 축소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반도
천만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다시는 영화 못만들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인 만큼 영화 '한반도'에 거는 기대는 크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세정세, 그리고 국새를 둘러싼 현재의 충돌과 조선 말 혼돈의 시기를 대비시켜 100년 전의 역사가 현재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멀지 않은 미래, 남과 북은 통일을 약속하고 그 첫 상징으로 경의선 완전개통식을 추진한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의 청신호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이 대한제국과의 계약을 빌미 삼아 경의선 개통 불가는 물론 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주장한다. 일본은 한 술 더 떠 한반도로 유입된 모든 기술과 자본을 철수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한다.
이에 열혈 사학자 최민재는 "문서에 찍힌 국새는 가짜다"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대통령의 지원으로 진짜 국새를 찾기 시작한다.
영화는 고종이 일제의 수탈을 막기 위해 가짜 국새를 만들었고 일본에 독살됐다는 다소간의 학문적 근거를 삽입시킴으로써 '팩션'(faction.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 장르)을 표방한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의식에 잠재해 있는 '반일'을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진짜 국새를 찾아내 일본을 국제 법정에 세우겠다는 극중 대통령의 대사나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시해당하는 장면 등은 이런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픈 과거를 그저 지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우리 국민들에 대해서도 영화적 상상력을 빌어 역설한다.
사학자 최민재가 구민회관의 알기 쉬운 역사교실을 찾은 주부들에게 "조선의 국모가 죽은 11월17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여편네들에게 반말도 못해"라고 폭언을 일삼는 장면이나 김홍순 내관 증손인 김유식이 공사장 인부들에게 내시의 자손이 되는 것을 설명하는 장면은 역사에 대한 무지를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관객들은 감독의 일방통행과 주장, 설교가 너무 강해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등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기대이하의 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역사적 반성은커녕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망언을 늘어놓는 일본을 영화로서나마 속 시원하게 두들겨 줬다는 평도 만만치 않아 천만 관객시대를 연 강우석 감독이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미도'에서 호흡을 맞췄던 안성기, 강신일, '목포는 항구다'의 조재현, 차인표 콤비가 뭉쳤고 여기에다 문성근, 강수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시간 내내 낯익은 인물들을 볼 수 있다. 13일 개봉.
◇괴물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은 지난 5월 칸영화제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데다 '살인의 추억'의 멤버들이 다시 팀을 이루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19년 전 '괴물'을 구상했고, 5년 전부터 제작에 착수, 실질적인 작업기간만 3년이 걸렸다. 물론 140억 원이라는 제작비(순수제작비 119억 원)가 없었다면 '괴물'은 탄생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출발은 가뿐하다. 시사회 이후 연일 이어지는 비평가들의 호평은 '한반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반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는 건 용산 미군부대 영안실이다. 이곳에서 하수구에 흘려보낸 다량의 포름알데히드는 한강에 돌연변이 괴물이 탄생하는 데 거름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스만하게 커진 괴물은 둔치에서 놀던 시민들을 갑작스럽게 공격하고 이곳에서 아버지와 매점을 하던 강두는 중학생 딸이 괴물의 꼬리에 감겨 납치되는 것을 목격한다. 괴물은 잃어버린 딸이자 손녀이며 조카인 소녀를 되찾기 위해 강두 가족이 벌이는 사투를 따라간다.
'괴물'은 에일리언 등 기존의 할리우드 괴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해 다른 재미를 전달한다. 영화 속 괴물은 드라마의 진행과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가족 중심의 영화 속에 괴물을 부분 배치함으로써 괴물에 함몰돼 인물과 서사를 죽이는 할리우드식 괴물 영화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영화는 반미를 비롯한 수많은 사회문제를 영화의 곳곳에 배치한다. 마지막에 미국이 다시 뿌리는 독가스가 포름알데히드와 수미쌍관을 이뤄 괴물의 탄생으로 대변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보다 변죽만 울려대는 언론, 방역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만 하는 정부 관계자의 모습을 담음으로써 힘없는 서민들을 외면하는 권력에 화살을 날린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생명은 괴 생물체의 비주얼. 제작진은 양서류의 몸체와 근육질 다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긴 꼬리, 다섯 조각으로 갈라지는 거대한 입 등 괴물의 실체감을 높이기 위해 제작비의 절반에 가까운 50억원 정도를 이 괴물을 창조하는 데 썼다. 한국의 기술력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 '킹콩' 등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숍 등이 2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낸 결과물이다. 27일 개봉.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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