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주 전에 큰딸아이의 10번째 생일선물로 햄스터 두 마리를 사다주었다.
평소 학교 갔다가 오면 컴퓨터게임에 빠져서 지냈던 딸아이가 햄스터를 갖고 나서는 완전히 생활태도가 바뀐 것 같았다.
매일 톱밥으로 잠자리를 갈아주고 해바라기 씨로 먹이를 주고 한 시간이 멀다하고 잘 지내는지 보고 정말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조금 왈가닥 성격이었던 딸아이가 햄스터를 마치 동생을 돌보듯이 키우는 모습을 보며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햄스터 한 놈이 다른 놈의 다리를 다 물어뜯어 먹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딸은 대성통곡을 하였고 할 수 없이 두 놈을 싸우지 못하게 다른 상자에 넣어 주었다.
하지만 불안해하던 햄스터는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딸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댔다. 마침 일요일이라 딸아이와 함께 불쌍한 햄스터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였다. 장지는 시골에 있는 텃밭 명당자리. 조문객은 간간이 내리는 굵은 빗줄기밖에 없었지만 곡괭이로 촉촉한 땅을 파고 저승 갈 때 먹을 해바라기 씨 한 주먹과 수의 대신 흰 화장지에 고이 싸서 묻어주었다.
"부디 좋은데 가서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잘 살아!!" 그렇게 기도하는 딸아이의 두 뺨에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 못 할 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거의 매일 매스컴에서 들리는 죽음의 소식에 무디어진 나의 감성이 한낱 미물의 죽음에도
이렇게 경건해질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경이로워진다.
이승준(인터넷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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