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贊反(찬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정부는 거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협상을 관철시킬 태세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能事(능사)가 아니란 점을 잘 안다. 그런데 왜 기를 쓰고 반대하는가. 우리 정부 협상대표들의 協商力(협상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준비 부족으로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이 끌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저께 구미에서 열린 '한미 FTA를 통한 전자산업 구조 선진화 전략' 民官(민관)회의에서도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은 FTA를 체결하자는 우리의 요구를 미국이 작년 말에야 수용해 급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업별, 지역별, 기업규모별 비교 우위와 열위 산업에 대한 장단점 분석과 대책 등 한미 FTA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수긍했다.
정부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자체와 중소기업 관련 기관들 역시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뿐, 한미 FTA에 대해 손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미 FTA가 '대기업만의 잔치'이며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역 기업들의 피해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구미의 전자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전자산업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술이 경합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는 것이다. 대구 섬유산업도 한미 FTA가 분명 기회다. 하지만 제대로 이용해야 기회지, 자칫 남 좋은 일만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섬유업계는 개성공단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다. 따라서 미국이 거부하고 있는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지역 섬유업계는 물론 대구시와 경북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대구경제는 섬유산업 이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미 FTA도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섬유산업을 他山之石(타산지석)으로 삼아 대비해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불'이 '발등의 불'이 된 뒤 허겁지겁 대처하면 또다시 지난 10년처럼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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