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의 인물산책] 신정수 ㈜센바이오 사장

신정수(申玎洙·56) (주)센바이오 사장은 고향인 경북 군위군 우보면을 자주 찾는다. 힘들거나 외롭거나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무작정 찾는다. 삶의 안식처다.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고 마을 어른들을 찾아 뵙고 인사하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를 만나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다. 회귀본능이랄까. 올 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고향을 찾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

서울에 살면서 군위까지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매월 한번 이상 고향에 가는 그에게 왜 그리 자주 가느냐고 물으니 그는 그냥 좋아서 간다며 "늙어간다는 증거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한다.

조용조용한 성격인 그는 그간 치열하게 살았다. 안해 본 일이 없다.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해 대구에서 3년여 일하다가 대우그룹에 입사하면서 서울로 왔다.

섬유업을 담당했고, 증권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다. 직접 섬유업에 뛰어 들기도 하고, 건설업도 했다. 열심히 산 덕분에 먹고 살 만큼 돈도 벌었다.

하지만 그의 장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모임이 무려 스무 개가 넘는다. 군위향우회, 우보면향우회, 대구경북향우회, 연세대 공학대학원 산악회, 재경 우보초등학교 동기회, 독수리5형제 모임, 관악·동작 모임, 동티모르 봉사 모임 등등.

그는 조그만 계기만 생기면 모임을 만든다. 대구·경북 출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각종 행사에 빠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마당발이다.

특히 초등학교 친구들이 만나 식사 한끼하는 모임은 20여 년이 됐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선생님이 반장을 하라고 해서 맡았다가 6년 내내 반장을 한 그가 모임의 주축이다. 남자 16명과 여자 7명. 모두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다. 며칠 전 여자 친구가 꿈에 봤다며 전화가 왔다. 어린 시절 가슴에 담았었다며 고백하는 여자 친구도 있다.

그렇게 많은 모임을 하다보니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모임을 하는 이유가 사업을 위해서도 아니고, 정치 같은 다른 뜻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좋아서 한다.

그는 활달한 성격이 아니다. 말수가 적어 어찌보면 내성적이다. 스스로 "사업에 맞지 않다."며 "은행원을 그대로 하거나 교사나 공무원이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대범함이 있다. 그것이 힘이다.

요즘 그가 몰입하고 있는 것은 마데카솔로 만든 비누, 샴푸, 화장품을 대중화하는 일이다. 4년여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망을 확충하느라 수십억 원의 자금과 열정을 투입했다. 전남대와 산학협동으로 상품을 개발했다. 나주 생명산업단지에 공장도 짓고 있다.

우선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비누와 샴푸를 생산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팔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 체인점도 모집할 예정이다.

이런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임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우연히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에 갔다가 마데카솔의 원료로 다년초인 센텔라(Centella)에 주목했다. 상처입은 호랑이가 센텔라 풀밭에서 뒹구는 것을 본 원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래서 센텔라를 우리나라에서는 병풀 또는 호랑이풀이라고 부른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신 사장은 성공을 확신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 할 자신이 있다. 센텔라로 화장품을 만드는 프랑스 회사에서 최근 업무 제휴 제안을 해와 신도 난다.

그러나 그의 꿈은 센바이오의 성공이 전부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더 자주 만나고 싶고, 장애인복지센터도 설립하고 싶다.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며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는 말미에 기자에게 '와인 모임'을 제안했다. 와인과 산과 예술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자는 것이다. 와인 모임 참여자들은 아마도 그가 새로 도전한 사업을 어떻게 성공시키고, 사회에 봉사하는 꿈을 어떻게 이뤄나가는지 지켜볼 수 있을 듯하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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