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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32)자장면 전쟁

'자장면'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한국 자장면을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이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한국 사람이 많이 진출한 칭다오(靑島)나 옌타이(煙臺), 심지어 서부지역인 청두(成都)에서도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자장면과는 맛이 다를 수도 있다. 요즘 '북경 유학생들의 모임'(북유모)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특정 중화요리집의 자장면 맛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자장면 맛이 형편없다거나 혹은 중국에서 그 정도면 괜찮다는 등의 갑론을박이 그것이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한국식) 자장면이 없어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었는데 이제는 맛투정을 할 정도로 많은 한국 자장면집이 생겼다.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왕징(望京)과 우다오코우(五道口)에 몰려 있다. 조선족 식당에서는 자장면을 하나의 메뉴로 취급하고 있다.

자장면의 원조는 중국이다. 100여 년 전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소개한 자장면이 그런데 '한류음식'으로 중국시장에 역진출했다. 한국화한 자장면이 본토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중 자장면대전'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 자장면은 중국인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달콤한 자장면은 짠맛이 나는 중국 자쟝미엔과는 다르다. 한국 사람에 이끌려 한국식 중화요리집을 찾은 중국인들이 어김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찾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한국이 자장면을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문화코드의 하나로 선정하고 한류 음식의 하나로 중국에 재진출하자 중국 자쟝미엔도 수성(守城)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는가 하면 조리법을 퓨전화해, 현대 중국인들 입맛에 맞춰가고 있다.

사실 '자쟝미엔(炸醬麵)'은 수백 년 전부터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허베이(河北) 지방의 대중적인 서민음식이었다. 베이징시내 곳곳에는 '라오베이징자쟝미엔'(老北京炸醬麵)이라는 간판을 내건 자쟝미엔 전문집들이 성업 중이다. 한국 자장면이 캐러멜을 넣어 볶은 자장으로 단맛이 강한 데 반해 '베이징 자쟝미엔'은 중국식 황장(춘장)을 돼지고기와 볶아 다소 짠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가늘게 채 썬 오이와 파, 콩과 콩나물까지 얹어서 비벼먹는다. 한국 자장면의 단 맛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들에게는 좀체 맛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맛이다.

중국인들에게 한국 자장면은 별미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장면은 한류음식으로 받아들여지지않고 있다. 한국 자장면을 먹는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거나 조선족 동포다. 중국인은 10% 안팎이다. 한국 자장면은 한국 음식이지만 중국 자장면은 중국 것이다.

'자장면'과 '자쟝미엔'을 둘러싼 한·중 간의 음식 자존심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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