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한은포항본부 폐쇄' 라니

지금 동해안 지역주민은 '이번에 또!, 설마!' 하며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한국은행의 방만한 運營(운영)을 이유로 일부 본부의 폐쇄를 권고하자, 포항본부를 지점으로 격하한 뒤 2009년쯤 폐쇄키로 결정했다. 당초 폐쇄 논의에 포함됐던 목포본부는 오히려 조직을 확대, 전남본부로 승격하는 반면 국가 기간산업이 몰려 있는 포항본부와 구미지점을 폐쇄키로 한 것. 실제 포항본부의 경우 관할구역 인구가 100여만 명으로 목포의 69만여 명보다 30만 명 이상 많다. 또 여신규모도 포항은 8조 6천여억 원인 반면 목포는 7조 6천여억 원이고 수신규모는 포항 12조 4천여억 원, 목포는 9조 100여억 원으로 3조 원 이상의 差異(차이)가 난다.

이같은 일련의 결정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소외당해온 지난 10년 세월을 다시 상기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이번의 정책 기조들은 참여정부에서 부르짖는 국가균형발전과 地方化(지방화) 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특정지역의 금융이 그 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다. 장기적으론 지역금융의 발달 수준이 지역경제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지역금융의 공급 크기가 短期(단기) 경기순환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지방금융기관의 통폐합이 가속화, 지방금융이 침체됐으며 그에 따라 지역경제 성장이 더디어졌다는 주장이 전문가그룹에서 꾸준이 제기됐다.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5개 지역을 관할하는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지역 금융경제의 조사 및 분석, 금융기관 대출 및 예금, 국고금 수납 및 지급, 화폐발행 및 환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본부의 올 상반기 지역경제를 위한 자금지원액 규모가 293건 529억 원에 이를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약 포항본부가 폐쇄된다면 지역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동해 연안권의 성장동력산업 集中(집중) 육성계획의 차질은 물론 C2(지역본부별 총액한도 대출자금) 지원 축소 및 지연으로 지역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시설자금 대출업무의 지연과 신속한 자금 수급에 차질, 금융 및 실물경제 동향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면서 지역경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포항에는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를 비롯한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가 있고, 컨테이너 부두를 갖춘 영일만항이 建設(건설)중에 있다. 인근 경주에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이전, 양성자 가속기 건립 등 대형국책사업이 추진중이다. 여기에다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한 영덕·울진·울릉의 기업들이 대구본부를 이용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경제 윤활유 역할을 할 때 그 본분을 다한다 할 것이며, 수요가 있는 곳에 마땅히 그 공급처가 있어야 한다. 광주본부를 따로 두고 목포를 전남본부로 두고자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북의 수부도시인 포항본부를 폐쇄하면서도 대구·경북지역을 묶어 대구에 하나의 본부를 둔다는 發想(발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경제규모나 인구, 지역적 특성, 잠재적 경제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포항본부의 폐쇄안은 되레 경북본부의 승격으로 바꿔야 한다. 2004년 경북의 총생산(GRDP)이 56조 6천98억 원(전국 총생산의 7.2%)으로 전국 3위의 경제규모를 보더라도 경북에 한국은행 본부를 두지 않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지역과 국가 경제에 活氣(활기)를 되찾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잘못된 판단으로 어긋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이 杞憂(기우)가 되길 바란다.

박승호 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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