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박모(52) 씨는 여름휴가를 이용, 부부 동반 계모임 회원들과 몽골에 가기로 했던 계획을 급작스레 취소했다. 새 시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치가 보였던 데다 행정자치부에서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내려왔기 때문.
부랴부랴 국내 쪽으로 눈을 돌려 호텔이나 콘도를 알아봤지만 이미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라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형편이다. 박 씨는 "모처럼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아무래도 불안해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며 "성수기여서 국내 휴양지도 숙소를 구하기 어려워 휴가기간 동안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휴가철을 맞은 공무원 사회에 때아닌 해외여행 취소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단체장의 취임에 따른 조직 개편과 잇따른 인사, 행자부의 해외여행 자제 지시 및 근무실태 점검방침 등으로 지역 공직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특히 행자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근무시간 무단외출과 사적 용무를 금지하고 휴가기간 행정 공백 방지와 비상연락망 구축 및 건전한 휴가문화 등을 강조한 것.
때문에 한 달 전 필리핀 여행을 예약했던 공무원 이모(36) 씨도 결국 비행기 타기를 포기했다. 시장 취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하위직이지만 최근 장맛비에 이어 폭염이 찾아온 탓에 마음 편히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 이 씨는 "수해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 요즘 들어 워낙 공직기강을 강조해 괜히 구설수에 오를까 걱정돼 해외여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해외여행은 연말로 미루고 가족들과 가까운 계곡이나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관련 업계도 난감해 하고 있다. 대한항공 대구지점에 따르면 7월 들어 지역의 해외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24%나 감소했다. 단순계산으로도 7천~8천 명이나 여행객이 줄어든 셈.
때문에 7월 대구-방콕 노선 탑승률은 78% 수준으로 지난해 85%에 크게 못 미쳤고, 대구-베이징 노선은 지난해 75%이던 탑승률이 올 7월 현재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구-상하이 노선도 탑승률이 20%나 감소했다.
대한항공 대구지점 관계자는 "계모임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가려던 공무원들이 계획을 포기하면서 계모임 회원 전체가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잦다."며 "경기침체로 여행객이 줄어든 데다 '몸 사리기'까지 겹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전했다.
지역 ㅅ여행사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기피 여파로 지난해보다 여행객 숫자가 30%나 줄었다."면서 "특히 중간 간부급 이상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취소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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