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쿠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1959년 쿠바 공산화 이전 수도 아바나의 고급 사교 클럽 이름이었다. 그곳서 재즈를 연주하던 이브라힘 페레르, 루벤 곤잘레스, 콤파이 세군도 등은 당시 쿠바 최고의 인기 뮤지션들이었다. 하지만 공산 쿠바는 더 이상 부르주아 음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세인들에게서 잊혀 갔다. 그러다 1996년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 작곡가인 리 코더가 쿠바를 방문, 이들의 소식을 접한 후 당시 멤버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백발 성성한 70, 80대의 노인들. 그러나 기나긴 忍苦(인고)의 세월은 그들의 음악에 한층 깊이를 더해 주었다.

○…마침내 1997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그들의 유일한 정규 음반이었다. 제3세계 음악, 더군다나 70, 80대 노인들의 음악임에도 전 세계에 걸쳐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1998년 그래미상의 영예는 이 세계 최고령 재즈 그룹에 돌아갔다.

○…에메랄드 빛깔의 카리브해, 럼酒(주), 시가(Cigar), 그리고 헤밍웨이의 걸작 '노인과 바다'의 무대가 됐던 나라…. 거기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재즈는 한동안 쿠바의 이미지를 낭만적으로 채색해 주었다. 비록 中南美(중남미) 유일의 공산국가이며, 반세기 가까운 카스트로 1인 독재가 지금의 쿠바를 남루한 행색으로 바꾸어 버렸지만 말이다.

○…올해 80세인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병설과 권력 임시 이양 등으로 쿠바가 지구촌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47년간 장기 독재 체제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으로 해외 쿠바 이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뛰어나와 '자유 쿠바'를 외치고 있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몰락, 미국의 가혹할 정도의 경제 봉쇄라는 二重苦(이중고) 속에서도 국가원수인 국가평의회 의장 겸 행정수반, 공산당 서기장, 군 최고사령관 등 핵심 요직을 독차지했던 그다. 쿠바=카스트로였다. "100세가 넘어서도 집권할 생각은 없다"며 익살까지 떨면서 건재를 과시하던 카스트로도 병 앞에선 한낱 연약한 노인일 뿐. 生死(생사)의 기로에 선 카스트로. 과연 쿠바는 자유를 되찾게 될 것인지, 반세기 전 사라진 부르주아 클럽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다시 문을 열 그날이 올 것인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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