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정으로 기초생활대상자가 된 정미영(35·가명) 씨는 대구의 한 구청에서 지정해준 급식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비참한 심정을 억누른다. 혼자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정 씨. 하지만 아들(8)과 함께 먹는 급식 앞에서는 목이 멜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들 몰래 촉촉해진 눈가를 닦느라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도 모른다.
정 씨는 "식당주인의 무시와 불친절은 감수할 수 있지만 식사가 부실하게 나오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식사를 배달시켰는데 밥은 없고 된장찌개와 단무지만 달랑 왔더군요. 화가 나서 따지니 식당 주인이 밥은 다 떨어져 없으니 주는 거라도 잘 먹으라고 했어요. 그땐 정말 죽고 싶었어요."
하지만 정 씨는 이 같은 대접을 받아도 속내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 더 슬프다고 말했다. 행여 불만이라도 표출하면 급식 선정대상자나 기초생활 대상자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 무료급식자들은 끼니때만 되면 이렇게 '두번 상처'를 받는 셈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대상 가정의 자녀가 학교급식이 없는 방학 때 끼니를 해결하기가 힘든 점을 감안, 지난 해부터 저소득층 결식아동 급식지원 사업을 확대 실시했다. 각 지자체로 하여금 결식아동들이 정해진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현재 3곳까지의 식당을 지정, 3천원 짜리 식권을 나눠주게 한 것.
하지만 지자체들이 식당만 정해주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않아 일부 식당주인들의 멸시와 무성의로 이 식권 이용자들에게 서러움만 안겨주면서 급식 대상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인 김형준(9·가명) 군도 한 구청이 정해준 식당은 '그림의 떡'이다. 대신 다른 음식점에 배달을 시켜 끼니를 해결한다. 김 군의 할머니는 "어느 날 형준이 혼자 식당에 보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후로는 다시는 안가겠다고 떼를 써 다그쳤더니 그냥 막 울기만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대구 모 구청 한 관계자는 "인력 한계로 인해 매일 감시·감독하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급식식당을 선정할 때 친절성, 양질의 식단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현주 교수는 "기초생활대상자들에 대한 이런 사회적 냉대는 이들을 권리자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분위기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먼저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이해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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