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권운지 作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권운지

동태평양 적도 아래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다.

거센 해류와 수많은 암초로

바다 한가운데 저마다 고립되어

섬마다 방울새나, 거북이가 진귀한 진화론을 쓰고 있는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나직이 되뇌어 보라

멀지 않은 곳에 갈라파고스가 있다.

춘란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사무실

책상 아래 무수히 뒤엉킨 전선들

수백만 볼트에도 감전되지 않는

잠을 잊은 야행성으로

생존을 위한 이 혹독한 진화

우리는 이 섬의 고유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동태평양 적도 아래 갈라파고스' 섬의 생태계는 다윈의 '진화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그곳에는 지금도 진화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 - 적자생존, 강자생존의 법칙을 믿는 현대인의 '갈라파고스'는 어디일까? 인간으로 인해 '춘란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사무실'이다. 절대강자로 진화한 인간은 이제 다른 생명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의 삶에 기여하는 도구로만 이용할 뿐이다.

오늘의 지상에는 인간들끼리 강자, 적자가 되기 위해 '잠을 잊은 야행성으로' 진화하고 있지나 않는가.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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