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남아 국제결혼] 지자체끼리 결연…결혼 업무 추진을

웬만한 시골 마을에서도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은 손쉽게 볼 수 있다. 혼기를 놓친 아들이 있는 부모들은 대개 눈이 번쩍뜨인다. 거기다 시군에서 '농촌총각 국제결혼지원사업'이라며 5백만 원이라는 큰 돈을 결혼비용조로 지원해주니, 궁핍한 농촌총각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모자람이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결혼해서 농촌에서 시부모 모시며 사는 베트남댁, 필리핀댁, 중국댁들... . 과연 그녀들의 삶은 행복할까?

베트남 여성 L 씨는, 4개월전 안동으로 시집와 시부모 모시며, 3개월을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집나간 남편이 한달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단다. 농삿일이라고는 해본적도 없는 그녀는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남편을 무작정 기다리며, 낯선 시부모를 모시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이다.

예천의 베트남여성 Y씨, 남편은 알수 없는 약을 매일 복용하며, 서랍장에는 약봉지가 가득했다. 남편이 한센병을 앓고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그녀는 결국 가출을 하고 말았다.

요즈음 지자체마다 '농촌 노총각과 동남아 여성의 결혼주선사업'이 농촌 총각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시·군청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도 올해 17개 시·군의 농촌총각 100명의 국제결혼비용 5억 원을 책정해 국제결혼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장가 못간 농촌총각들의 절박함은 인정하지만 국제결혼은 이미 결혼중개업체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돈벌이로 전락한 지 오래여서 지자체가 진중한 검토없이 1명에 500만 원씩 중개업체, 또는 국제결혼 당사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은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베트남여성과의 국제결혼은 이미 상품화되어 진실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위장결혼도 점점 늘어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지자체가 나서서 농촌총각을 결혼시키고 싶다면, 신부송출국 지자체와의 교류를 통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모경순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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